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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목어 사는 계곡에서 뼛속까지 시린 물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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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마을③ 강원도 홍천 열목어마을 

홍천 열목어마을은 대표적인 무공해 산골마을이다. 맑고 차가운 물에서만 사는 멸종위기종 열목어가 통마름계곡을 비롯해 마을 하천 곳곳에서 서식한다. 통마름계곡은 대대로 마을 주민들의 피서지 노릇을 한 곳이기도 하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물이 차다. 백종현 기자

홍천 열목어마을은 대표적인 무공해 산골마을이다. 맑고 차가운 물에서만 사는 멸종위기종 열목어가 통마름계곡을 비롯해 마을 하천 곳곳에서 서식한다. 통마름계곡은 대대로 마을 주민들의 피서지 노릇을 한 곳이기도 하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물이 차다. 백종현 기자

열목어는 대표적인 청정 어종이다. 2급 멸종위기종이다. 1급수에서만, 한여름에도 수온이 20도를 넘지 않는 계곡에서만 산다. 첩첩산중 골짜기에서만 산다는 뜻이다. 열목어가 사는 계곡이 있다? 피서지로 믿어도 좋다는 신호다. 강원도 홍천군 명개리를 다녀왔다. 열목어마을로 알려진 심심산골이다.

“열목어가 살아요. 워낙 높고 외진 동네라.”
홍천 열목어마을은 지난해 행복마을경관환경 부문 1등상인 금상의 주인공이다. 비결은 간단하다. 임정분(51) 마을 위원장 말마따나 무공해 오지라서 덕을 봤다. 주민들은 그저 수시로 하천으로 나가 잡목을 쳐내고 쓰레기를 치운다. 그 덕에 열목어가 마을을 떠나지 않았단다. 마을 전체가 강원도문화재 제67호로 지정돼 있다.

 열목어마을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양양IC에서 56번 국도로 진입해, 굽이굽이 22㎞ 고갯길을 달려 구룡령(1013m)에 닿았다. 바로 그 아래에 마을이 숨어 있었다. 지도를 펼치고서야 열목어마을이 얼마나 깊은 산골에 틀어박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위치가 참 절묘했다. 해발 700m에 자리한 두메로, 오대산(1563m)‧방태산(1444m)‧가칠봉(1240m)‧응복산(1360m) 등 높고 거친 봉우리들이 마을을 포위했다.

열목어마을 어린이들에게는 통마름계곡만 한 피서지도 없다. 백종현 기자

열목어마을 어린이들에게는 통마름계곡만 한 피서지도 없다. 백종현 기자

 마을은 조용했다. 배추와 옥수수가 태평하게 여름 해를 쐬고 있을 뿐이었다. 67가구 115명이 산다는데, 인적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방태산 자락에서, 아니 전국에서 가장 후미지다는 삼둔(살둔·달둔·월둔)과 사가리(아침가리·명지가리·적가리·연가리)가 바로 열목어마을 인근이다. 그나마 삼둔사가리는 트레킹 코스로 알려져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열목어마을은 여태 한 번도 큰 소란을 겪지 않았다. 이건 어쩌면 축복이다. 그 덕에 무공해 마을의 풍경을 간직할 수 있었으니까.

 찜통더위를 피해 마을 안쪽 통마름계곡에 들었다. 골짜기를 따라 큰 바람(통마름)이 불어온다는 곳. 대대로 마을 사람들이 피서를 보낸 장소란다. 마침 동네 아이들이 물가에 나와 있었다. 명성대로 바람이 서늘하고, 계곡물이 얼음처럼 찼다. 시려도 너무 시려 다들 발을 동동거렸다. 운이 좋았다. 올챙이와 버들치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보기 힘들다는 열목어도 네댓 마리 보였다. 물 위로 뛰어오르는 산란기 특유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팔뚝만 한 것이 힘이 대단해 보였다.

구룡령 옛길은 원시림처럼 수풀이 무성하다. 숲 그늘에 파묻힌 채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백종현 기자

구룡령 옛길은 원시림처럼 수풀이 무성하다. 숲 그늘에 파묻힌 채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백종현 기자

 마을엔 이름난 옛길도 있다. 경로당에서 양양군 서면 갈천리까지 6.46㎞에 걸쳐 구룡령 옛길이 이어진다. 변변한 도로 하나 없던 시절, 양양에서 서울로 가려면 무조건 이 고갯길을 넘어야 했다. 등산객 대부분이 구룡령 정상에서 출발해 양양으로 내려가다 보니, 열목어마을 쪽 옛길은 원시림이 따로 없었다. 얼마나 사람이 다니지 않은 걸까. 고갯길에 들어서니 흙길이 있던 자리에 수리취‧고비 같은 산나물이 무성했다. 냇가엔 짙푸른 이끼가 바위를 죄 점령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숲 그늘에 파묻혀 다녔다.

꽃 피자 만들기 체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을 꽃밭에서 식용 꽃을 뜯어다 직접 만들어 먹는다. 이맘때는 비올라·팬지·장미 등을 토핑으로 올린다. 백종현 기자

꽃 피자 만들기 체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을 꽃밭에서 식용 꽃을 뜯어다 직접 만들어 먹는다. 이맘때는 비올라·팬지·장미 등을 토핑으로 올린다. 백종현 기자

 마을로 내려오니 허기가 밀려왔다. 꽃밭에서 식용 꽃을 뜯어다 피자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맛 평가는 한 아이의 반응으로 대신한다. “엄마 엄마 왜 피자에서 꽃냄새가 나? 나 이거 또 해줘.”

 열목어마을엔 없는 게 많다. 학교‧식당‧슈퍼 하나 없다. 대신 주민 가운데 산림치유지도사‧약선음식지도사 등 13명의 전문가가 있다. 하여 숲에서 명상을 하고, 직접 농산물을 뜯어 밥을 지어 먹으며 놀 수 있다. 체험객 사이에선 되레 반응이 좋다.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 이 산골마을에선 평범한 일상이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열목어마을 지천에 널린 것이 소나무다. 해먹을 치면 그럴듯한 휴식 공간이 완성된다. 백종현 기자

열목어마을 지천에 널린 것이 소나무다. 해먹을 치면 그럴듯한 휴식 공간이 완성된다. 백종현 기자

여행정보

열목어마을은 서울시청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다. 계방천·통마람계곡 등 마을 하천 곳곳에서 열목어가 관찰된다.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돼 있어 낚시는 할 수 없다. 트리클라이밍, 약선 음식 체험, 옥수수·고추 수확, 꽃 피자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당일은 어른 1명 4만원(식사 1끼), 1박2일 프로그램은 10만원부터(식사 4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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