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청문이 너무 요식행위 같아서 울분을 토하고 싶습니다. 평가 오류가 있어 이 부분을 소명(까닭이나 이유를 밝혀 설명하는 절차)했는데, 교육청은 답변이 거의 없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소명하고 끝났습니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23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청문을 마친 후 이렇게 말했다. 평가와 함께 청문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날 자사고 지정 취소 고교 청문이 이틀째 진행됐다. 전날 경희·배제·세화고에 이어 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가 청문에 참석했다. 24일 중앙고·한대부고가 나선다. ‘청문’은 행정기관이 어떤 처분을 하기 전에 당사자 등의 의견을 직접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 절차다.
숭문고 측은 청문에서 평가 오류를 소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교장은 “숭문고가 재량 지표에 해당하는 요건을 모두 충족시켰는데도 최하점을 받았다”며 “평가 점수가 제대로 반영됐다면 통과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청문에 참여한 경희·배제·세화고 등은 교육청이 지난해 말 평가 지표를 갑자기 바꾸고, 지적사항 감점 등 자사고에 불리한 지표를 확대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숭문고는 신일고와 함께 5년 전 1기 평가에서 지정취소가 유예된 학교다. 하지만 올해는 학교 측이 평가의 문제점을 충분히 소명해도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일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교육부 지침에 따라 지정취소 유예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사고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전 교장은 “청문 이후 의도적으로 (재지정평가에서) 탈락시켰다는 확신이 든다”며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 교육부 결정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진영 배재고 교장도 “교육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고, 이는 반드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서울시교육청의 청문을 비판하고 나섰다. 숭문고 학부모 대표로 청문에 참여했던 전수아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장은 “이건 청문이 아니다”며 “청문을 보이콧하고 학부모 대표로 공개 청문을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회장은 이어 “서울시교육청에 11개 질문을 했는데, 답변을 하나도 듣지 못했다”며 “우리가 TV에서 본 청문회는 이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당당하다면 모든 학부모·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개청문회를 열라”고 요구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