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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청와대' 겨냥 한찬식 사의 …"윤석열發 검찰 물갈이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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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취임식을 가질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의 모습. 한찬식, 차경환 검사장이 떠나며 윤석별발 검찰 고위직 물갈이가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25일 취임식을 가질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의 모습. 한찬식, 차경환 검사장이 떠나며 윤석별발 검찰 고위직 물갈이가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와 관련한 첫 '적폐'수사를 지휘하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송인배·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했던 한찬식 동부지검장(51·연수원 21기)과 박근혜 정부 최연소 검사장 승진자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차경환 수원지검장(50·연수원 22기)이 23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석기 수사했던 차경환 지검장도 검찰 떠나기로 #檢 내부선 "고검장 승진 예상자…인사판 확 커졌다"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59·연수원 23기)보다 연수원 선배인 두 검사장은 최근까지 검찰 내부에서 고검장 승진 대상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검찰 내부에선 "예상 외의 결과로 청와대에서 주도하는 윤석열 발(發) 검찰 물갈이가 본격화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두 검사장 모두 내부에선 신망이 두터웠지만 청와대에서 과거 수사 등으로 불편해한 것 같다"며 "윤석열 취임 직후 검사장 이상 인사 폭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현옥 인사수석 소환' 고수했던 한찬식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의 모습. 한 검사장은 문재인 청와대를 겨냥한 첫 수사를 지휘했다. [뉴스1]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의 모습. 한 검사장은 문재인 청와대를 겨냥한 첫 수사를 지휘했다. [뉴스1]

이날 사의를 표명한 한찬식 검사장은 동부지검장으로 재직하며 신한은행 채용비리 수사 등 굵직한 적폐수사와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 송인배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등을 지휘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대한 첫 압수수색을 했던 것도, 과거 정부가 아닌 현 정부의 전직 장관(김은경)과 비서관 2명(송인배·신미숙)을 기소한 것도 검찰 내에서 동부지검이 유일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중앙지검에서 과거 적폐 수사를, 동부지검에선 현 정부의 적폐 수사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수사팀은 조현옥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의 소환 필요성과 김은경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대검에 건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부지법의 잇달은 영장기각과 대검의 반대로 지난 4월 김은경·신미숙을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자유한국당 전신)의 사위인 한 검사장은 이런 배경 때문에 당시 여권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다.

지난 3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3월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뉴스1]

지난 3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3월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뉴스1]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한 검사장이 환경부와 송인배 수사 과정에서 여러 오해를 받았다"며 "검찰을 떠나는 것도 결국 청와대에 '칼'을 겨눴기 때문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검찰이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하다"고 썼다.

박근혜 정부 최연소 검사장 차경환, 이석기도 기소

이날 사의를 표명한 차경환 수원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히는 엘리트 검사였다. 대검과 법무부의 주요 요직을 두루 맡았고 문무일 총장 취임 후 대검기획조정부장으로 검찰 업무의 전 과정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했다.

차경환 수원지검장의 모습. [뉴스1]

차경환 수원지검장의 모습. [뉴스1]

2013년 수원지검 2차장 시절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혐의 수사를 담당해 이 전 의원을 내란 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2015년 대법원은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엔 무죄를,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엔 유죄를 선고해 징역 9년형을 확정했다.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을 장인으로 둔 차 검사장은 2015년 서울고검 차장으로 임명되며 박근혜 정부 최연소 검사장에 임명됐다. 수원지검장 시절엔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박한우 기아차 대표를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하는 굵직한 수사를 지휘했다.

최근 차 검사장을 만났다는 검사 출신 변호사는 "연수원 동기로 가깝게 지냈던 권익환 남부지검장(52·연수원 22기)이 사표를 낸 뒤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차 검사장은 이날 이프로스에 “검사 생활 동안 ‘청송지본 재어성의(聽訟之本 在於誠意)‘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다"고 썼다. 목민심서에 나오는 이 구절은 '송사를 다룸에 있어 근본은 성의를 다함에 있다'는 뜻이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회원들이 13일 대전교도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기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회원들이 13일 대전교도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기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보수 엘리트 검사 대부분 떠나…"기수파괴 걱정된다" 시선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한 검사장과 차 검사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엘리트 검사'로 통했다. 서울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첫 부임지가 연수원 최상위권만 갈 수 있는 서울중앙지검이었다.

법무부와 대검 등 요직을 두루거친 기획통으로 고검장 승진 가능성이 거론되던 윤석열 차기 총장의 선배 검사들이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두 검사장 모두 연륜이 있고 기획에 능해 조직을 안정시킬 검사들로 정권이 남길 줄 알았다"며 "결국 지난 정부의 검사장 승진자들은 대부분 떠나라는 메시지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 차기 총장 주변에 특수통만 남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든다"며 "검사장이란 자리가 만만치 않다. '기수파괴'라는 명분으로 조직이 흔들릴까 걱정"이라고 했다.

두 검사장이 떠나며 윤 총장 임명 뒤 사의를 표명한 19~22기 검사장급 이상 고위직은 12명이 됐다. 현재 9명이 남아있지만 일부 검사장들도 곧 추가로 사의를 표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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