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용기가 23일 두 차례에 걸쳐 한국 영공을 침범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한 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영공까지 침범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합참에 따르면 러시아 군용기 1대는 이날 오전 9시9분부터 12분까지 약 3분간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군 당국은 공군기를 투입해 해당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에 침입하기 전부터 차단 기동을 실시했고, 영공 침입 후에는 플레어(섬광탄) 투하, 경고사격 등 전술조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러시아 군용기는 16분 후인 9시28분 KADIZ에 다시 들어와 4분 후 독도 영공을 2차로 침범했고, 한국 공군기는 다시 경고사격에 나섰다. 러시아 군용기는 9시37분 한국 영공을 이탈해 북상했고, 9시56분 KADIZ를 최종적으로 빠져나갔다.
중ㆍ러 합동훈련 중 영공 들어와 #중국 군용기는 KADIZ 무단 진입
이번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입은 중국 군과 합동훈련 중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과 맞물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이 KADIZ에 무단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날 KADIZ를 최초 진입한 중국 군용기 2대는 오전 6시44분 이어도 북서쪽 방향으로 와 7시14분 이어도 동쪽 방향으로 이탈했고, 이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안쪽으로 비행하다가 7시49분 울릉도 남쪽 방향 약 76마일(140㎞) 지점에서 KADIZ에 다시 진입했다. 이 중국 군용기는 북쪽으로 기수를 올린 뒤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 8시20분께 KADIZ를 이탈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KADIZ 진입은 이어졌다. 이 2대 중국 군용기는 러시아 군용기 2대와 합류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고, 모두 4대로 늘어난 중·러 군용기 편대는 8시40분께 울릉도 북쪽 76마일 지점에서 다시 KADIZ에 진입했다. 이들이 KADIZ를 이탈한 건 9시4분 울릉도 남쪽에서였다. 이후 이들 4대와 별개로 움직이던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중·러 군용기 5대가 한국 KADIZ와 영공을 3시간 12분간 돌아다닌 것이다.
KADIZ는 주권이 인정되는 영공은 아니다.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각 국가가 임의적으로 설정한 구역으로 이곳에 진입하기 전에 관할 당국에 통보하는 게 관례다. 러시아 군용기는 지난달 20일 동해 쪽 KADIZ에 진입한 직후 일본 오키나와의 미나미다이토섬과 도쿄 하치조섬 인근 영공을 침범하고 홋카이도를 거쳐 귀환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오늘 오후 주한 중국 및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사전 통보 없이 카디즈에 진입하고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매우 엄중하게 항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