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방해하겠다” 공갈 혐의로 재판 넘겨진 전직 부장검사

중앙일보

입력

서울동부지검 외관. [연합뉴스]

서울동부지검 외관. [연합뉴스]

“상장을 방해하겠다”며 거래업체에 72억원의 약속어음을 받아낸 전직 부장검사가 공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부장 윤상호)는 환경플랜트 제조업체 등기이사인 박모(56)씨를 공갈 혐의로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박씨는 부장검사 출신으로 현재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08년 폐기물처리 설비 전문 업체 A사 대표 오모(47)씨와 특허 기술을 사용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2012~13년 오씨에게 폐기물 처리 기계를 구매하는 대가로 14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박씨는 이 중 66억원을 2018년 2월까지 갚지 못했다.

그러던 중 박씨는 A사가 코스닥 상장을 앞둔 것을 알게 됐다. 박씨는 오씨에게 “불미스러운 일은 피하자. 상환 일정을 조정해주기 바란다”고 연락했다. 오씨는 상장이 무산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남은 구매 대금을 1년 뒤에 받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박씨는 합의 다음 날 한국거래소에 ‘오씨를 상대로 사기 및 배임죄로 고소할 계획이니 상장시키면 안 된다’고 알렸다.

박씨는 열흘 뒤 오씨를 만나 상장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60억원 약속어음을 받았다. 또 구매대금이 적정 수준보다 비쌌으니 손해배상을 하라는 취지로 12억원을 오씨로부터 받기로 하고, 3억원짜리 약속어음 4장도 받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검찰은 구매 대금이 비싸다는 박씨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오씨가 주기로 한 12억원 역시 그가 지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박씨가 오씨를 공갈해 총 72억원 상당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고 결론지었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A사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을 갖게 됐고 그에 대한 담보로 어음을 요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약속어음을 현금화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