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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절대우위 많지만 우리는 극복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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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대통령(左), 아베 신조 총리(右)

문재인 대통령(左), 아베 신조 총리(右)

아베 신조(安倍晋三·얼굴 오른쪽)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등 연립여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다음 날인 22일 문재인(왼쪽) 대통령은 ‘일본’을 두 차례 언급했다. 대일(對日) 메시지라기보단 대국민 메시지 형태였다.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취지였다.

문 대통령, 아베 선거 승리 다음날 #“반도체·가전 등 하나씩 추월해와” #청와대 “국내 결속 다지는 메시지” #아베는 또 “한국 약속 지켜라” #“기술패권이 자유무역 질서 훼손 #혁신창업이 중요 해법 될 수 있어” #아베, 한국 언급하며 미소 실종 #추가보복 조치 예고 관측 나와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여건이 악화되고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더해져 우리 경제에 대해 걱정이 많으실 것”이라며 경제 문제를 짚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 수도 1년 만에 3개에서 9개로 증가했다. 정부가 제2 벤처 조성 정책을 추진한 것도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는 기술패권이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신기술의 혁신 창업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특히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유니콘 기업과 강소기업들이 출현하길 기대한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벤처업계에서 정부 지원 등에 힘입어 유니콘이 등장했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거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는 가전·전자·반도체·조선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우위를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 왔다. 우리는 할 수 있다”면서 모두발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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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촉진을 위해 국내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관광수지 적자가 132억 달러에 달했다”며 “더 많은 국민이 국내에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묻어나듯, 참의원 선거가 아베 총리의 승리로 끝난 국면에서 청와대는 “대외 메시지는 아끼되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일본의 향후 행보를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하다. 실제로 이날 청와대에서 나온 참의원 선거 관련 공식 입장은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와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양국의 미래 협력을 위해 일본은 최소한의 선을 지키며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는 늘 일관된 입장을 밝혀 왔다”(고민정 대변인)고 밝힌 게 전부였다.

문 대통령 “부품·소재 분야 국가적 차원서 지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제분업체계 속에서 평등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선 산업의 경쟁력 우위 확보가 필수적이란 것을 인식하게 됐다“며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우위를 극복하며 추월해 왔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제분업체계 속에서 평등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선 산업의 경쟁력 우위 확보가 필수적이란 것을 인식하게 됐다“며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우위를 극복하며 추월해 왔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참의원 선거 종료 직후 “제대로 된 답변”을 한국에 요구했던 아베 총리는 22일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개최한 참의원 선거 관련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은 약속부터 지켜라”며 강공을 펼쳤다.

‘한·일 관계를 어떻게 전진시켜 나갈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베 총리는 이번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한 운용관리의 재검토이며, 대항(보복)조치는 아니다” “일본의 요청에도 3년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등 수출관리의 토대인 신뢰관계가 상실됐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현재 한·일 관계를 생각했을 때 최대의 문제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킬 것이냐, 아니냐”라면서 “(최대 문제는) 신뢰의 문제”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은 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반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하면서 국교 정상화의 기초인 국제조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그 밖에도 위안부 합의를 비롯해 양국 간의 국제약속을 일방적으로 깨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그러고는 “우리로선 한국이 먼저 약속을 지켰으면 한다”고까지 발언했다. 아베 총리의 이날 한국 비판을 놓곤 한국에 대한 추가적인 보복조치에 계속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납치 문제, 러시아와의 영토 문제를 언급하다가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말하자면~”이라고 한국 관련 답변을 시작하는 순간 얼굴에서 웃음기를 빼고 목소리 톤을 갑자기 높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 메시지와 아울러 청와대의 전체 분위기는 대일(對日) 대응 자제 쪽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참의원 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일본의 선거에 대해 한국 정부가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공식 반응을 내놓을 게 없다. 축하할 일은 아니잖느냐”는 말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이번 주가 또 다른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주 청와대와 정부는 강경 일변도였다. 문 대통령이 8일 “전례 없는 비상상황으로 정치적 목적이 우려된다”고 밝힌 이래 하루가 멀다 하고 대일 비난 메시지를 냈고, 주말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협상 카드로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 초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내놓을 메시지를 일단 기다려 보자는 기류도 강하다. 23일 방한하는 볼턴 보좌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두루 만나며 한·일 갈등과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외통위 "일본 규제 철회” 결의안=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대한민국 국회’를 주체로 ▶일본 정부가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미래지향적 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외교적 해결에 적극 나설 것 등이 담겨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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