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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우호적인 DJ 비서실장 박지원…한·일 관계 두곤 ”DJ라면 호통쳤을 것”

중앙일보

입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뉴스1]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뉴스1]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면담을 신청했지만, 그 누구도 못 만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치졸함도 문제지만 이것이 무능한 우리 외교의 현실이다. 오죽하면 삼성, 롯데 총수들이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겠나” (9일 대정부질문)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김대중(DJ)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평화당의 쓴소리가 잦아졌다. 정치권에서 민주평화당은 그간 범여권 혹은 ‘야당 내 여당’으로 분류될 정도로 문재인 정부의 우호세력으로 평가받아왔다. 박 의원도 대북정책 등 문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해선 다소 결이 달라졌다.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는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9일 대정부질문)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지원 의원과 얘기 나누는 이낙연 국무총리 [연합뉴스]

박지원 의원과 얘기 나누는 이낙연 국무총리 [연합뉴스]

그는 9일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일본 경제보복에 대해 8개월 전에 미리 알았다는 정부가 왜 이제서야 그렇게 미워하고 멀리하던 대기업 총수들을 몇 차례씩 부르나. 뭐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15일도 페이스북에 “DJ였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DJ였다면 대일문제(강제징용)를 이렇게 악화시키지 않고 국익을 위해 결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역량을 지적했다. 또, “대통령을 위해서라고 지일파 모두가 나서야 하지만 당·정·청은 몸만 사리고 있다. DJ였다면? 이런 참모들 날벼락을 쳤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박 의원의 행보는 한·일 관계가 가장 좋았다고 평가받는 DJ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하며 당시 양국 관계의 개선과정에 관여했던 경험과 연관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당시 DJ는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문화 개방, 한·일 어업협정 등을 추진하는가 하면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공동 발표해 미래지향적 한ㆍ일 관계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그는 21일에도 페이스북에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니) 불화수소 등 일본이 수출규제 공격한 3가지 화학물질의 연간 수입액은 4000~5000억 원에 불과하지만, 우리 반도체 생산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수조 원이라 한다”며 “반도체 웨이버를 청소하는 화공 물질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일본업체는 100년이 넘는 중소기업으로 순도 99.999%, 즉 ‘59(Five9)’를 생산하는 기술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대통령이 관계 장관들과 한번쯤 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으로선 일본과의 갈등을 빨리 풀어야 한다. 당면한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풀어서 우리의 반도체 시장을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 자체 기술 개발은 그다음”이라며 “비용도 많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 참의원 선거도 끝난 만큼 이낙연 국무총리 등을 특사로 보내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대해선 “(누군가) 일본 공격수를 할 수는 있는데, (청와대나 정부가 아닌) 국회에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박지원 비서실장[중앙포토]

김대중 대통령과 박지원 비서실장[중앙포토]

한편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선 “정부가 나서지 않고 민간에서 진행되는 것은 물 흘러가듯 지켜보는 게 좋다”며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2001년 이를 제안했다가 DJ에게 묵살된 일화도 소개했다.

“2001년 김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이 비리와 연관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적이 있다. 이른바 ‘홍삼 트리오’라고 불렸는데 무척 복잡할 때였다. 그래서 내가 ‘마침 일본 역사 왜곡 문제로 여론도 안 좋으니 민간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여보겠다’고 제안했다가 크게 야단을 맞았다. ‘그런 시각으로 비서실장을 하냐, 당장에 중단하라’고 호통을 치셨다. 김 전 대통령에게 호통을 들은 게 두 번인데 그중 하나였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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