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한 시오무라 아야카(塩村文夏)의 이름을 일본 포털사이트에 치면 ‘비키니 화보집 5000엔(약 5만4500원)에 무료배송’ 광고가 뜬다. 시오무라 본인이 과거에 찍은 화보집이다.
1978년생인 시오무라는 과거 비키니 모델부터 방송 작가로 활동했던 이력의 소유자다. 인기를 얻으면서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남자친구와 헤어질때마다 1500만엔의 위자료를 받았다”거나 “(임신 하지 않았는데) 나 임신했고, 중절 안 할 거야 라고 거짓말했다”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런 이미지는 그의 정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였을까. 그는 도쿄도의회(서울시의회 격)에 출마해 당선하며 본격 정치의 길로 접어든다. 히로시마(広島) 원폭 피해자의 딸이라는 점도 어필하며, 방송에서 얻은 인기를 적극 활용한다.
한국에도 이름을 알린 적이 있다. 2014년 도쿄도의회에서 여성의 임신과 출산 등에 대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연설을 하면서다. 당시 연단에 선 그에게 남성 의원들은 “너나 빨리 결혼하는 게 좋지않냐”부터 “넌 애 안 낳을 거냐”는 식의 야유를 보냈다. 시오무라 의원이 헛웃음을 짓다가 울먹이며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연설을 계속하는 모습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전파됐다.
전화위복이었다. 이후 시오무라를 지지하고 남성 의원들에게 항의하는 e메일과 전화가 각 언론사와 도의회 등에 쇄도했다고 한다. 관련 전화가 1000통이 걸려왔다는 당시 보도도 있었다.
이후 그는 야당 입헌민주당에서 승승장구한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도쿄 선거구 지부장을 맡고 본인도 당선했다. 정치색은 뚜렷한 진보다. 그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엔 성 소수자인 LGBT를 지지한다는 뜻의 레인보우 배경을 설정했다. 프로필엔 “불합리한 것에 싸우는 정치를 목표로 한다”고 적었다.
아사히(朝日)신문 출신의 다카하시 고스케(高橋浩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는 본지에 “젊은 시절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한 적도 있고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의 딸이라는 점에서도 전도유망한 정치인”이라며 “논란의 중심에 서있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인물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또 한 명의 40대 중반 여성의 약진도 주목된다. 미야기현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이시가키 노리코(石垣のりこ·입헌민주당)다. 74년생인 그는 라디오 아나운서 출신으로 이번 선거에서 현역 여당의 거물급 의원인 아이치 지로(愛知 治郞) 전 재무성 부대신(차관)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시오무라와는 달리 모범생 이미지의 이시가키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핵심 피해지역인 미야기현의 복구를 주요 기치로 내걸었다. 젊은 이미지가 강점으로, “새로운 사람이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까?”라는 다소 도발적인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당선이라는 목표에 골인했다. 그는 웹사이트 역시 ‘노리코, 짱이야’라는 의미로 www.norikorock.com으로 설정해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았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