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맛캉스' 전국 일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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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떠나는 길엔 먹을 것이 많다. 산 속으로 들어가면 풋풋한 산나물 밥상이 펼쳐지고, 바닷가로 달려가면 싱싱한 생선회상이 반긴다. 강이나 들로 나가면 뜰체로 들어올린 천렵상이 화려하게 차려진다. 그러나 같은 상이라도 만들어내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다. 이왕이면 맛있게 만들어내는 곳을 찾아서 맛있게 먹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준비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길 떠나기 전에 먹을 '곳'부터 챙긴다. 맛있는 밥상은 나들이 길의 기쁨과 행복을 두 배로 키워주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 한국판을 표방하며 지난해 등장한 '블루리본 서베이'가 휴가철을 맞아 전국판을 새로 펴냈다. 선정 작업에 참여한 '블루리본 기사단'이 피서계획을 세우고 있는 week& 독자들을 위해 이 책자에 수록한 총 1154개 음식점 가운데 '알짜 20곳'을 다시 선정했다. 블루리본 기사단은 인터넷 식도락 동호회와 블로그 운영자 등 맛집 탐방을 취미로 즐기는 일반인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리=유지상 기자

*** 경기

'펄펄' 장어냐 '탱탱' 막국수냐

■ 붕어찜만 30년 강촌매운탕

경기도 광주 분원리에 있는 붕어찜집으로 30년 동안 영업한 곳. 부드러운 붕어 살과 간이 잘 밴 시래기가 젓가락질을 자꾸만 재촉한다. 매콤한 양념으로 비린 맛이 전혀 나질 않는다. 붕어찜을 제대로 먹으려면 1시간 전에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어른 세 명이 먹을 만한 붕어찜(중)이 5만원. 031-767-9055.

■ 두 번 구운 장어 선창집

강화도의 명소인 더리미 장어촌의 원조집. 다른 곳에선 장어를 통째로 구워 토막을 내주지만, 이곳에선 처음부터 토막을 내 주방에서 초벌구이를 한다. 미리 잘라야 초벌구이를 하는 동안 기름이 말끔하게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초벌구이 장어토막을 상 위에서 다시 고추장 양념 그릇에 담갔다가 석쇠에 얹어 굽는다. 입맛에 따라 양념장을 진하고 약하게 바를 수 있다. 강화대교를 건너 역사관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1㎞ 지점. 장어 1㎏에 4만원.
032-932-7628.

■ 직접 뽑은 면발 강계봉진막국수

여주 천서리 막국수촌에서 가장 잘 나가는 집. 메밀가루로 직접 반죽해 면을 뽑는다. 메밀막국수보다 돼지고기 편육에 동동주를 즐기는 골수 단골들이 많다. 막국수(5000원), 편육(8000원), 동동주(3000원). 행정구역상 여주군에 속하지만 양평이나 곤지암 쪽에서 더 가깝다. 031-882-8300.

■ 수원갈비의 영광이여, 다시 한번 화춘옥

큼지막한 수원왕갈비를 선보인 곳. 한동안 영업을 접었다가 옛 맛을 되살려 재개업했다. 소금.설탕을 알맞게 배합해 밑간을 하고 마늘.통깨 등으로 양념을 해 숯불에 구워 낸다. 양념갈비 2만9000원, 갈비탕 7000원. 수원시청 인근에 위치. 031-226-8888.

*** 강원.경상

펄떡이는 동해를 한 입에

■ 오삼불고기의 원조 납작식당

오삼불고기의 원조로 일컫는 집으로 40년 동안 탄탄한 맛을 지켜오고 있다. 외관은 다소 허름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지글지글 익고 있는 오삼불고기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큼지막한 오징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육질이 두툼해서 씹는 맛이 좋다.맵지 않으면서도 오묘한 맛을 내는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진 삼겹살과 오징어가 좋은 맛 궁합을 이루고 있다. 오삼불고기 7000원, 오징어불고기 6000원. 횡계 시내 로터리 J마트 건너편. 033-335-5477.

■ 정동진이 복잡해서 싫다면 집필횟집

정동진에서 3km 떨어진 심곡항(집필항이라고도 함)의 횟집. 싱싱하고 저렴한 자연산 회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가끔 아귀도 회로 즐길 수 있다. 번잡한 정동진 일대를 벗어나 한가로운 어촌의 풍광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가자미 세꼬시(대) 6만원. 033-644-5522.

■ 갈비국물에 말아먹는 국수 봉운장

춘천 시내에서 손꼽히는 갈빗집. 다른 집에 비해 갈비에 붙은 살이 많은 편이며 맛이 달짝지근하다. 참숯에 석쇠를 올려 구워낸다. 갈비를 다 먹고 나서 국수를 양념 국물에 익혀달라고 주문하면 막국수 면을 갈비 양념국물에 담가 내준다. 지방의 고깃집 치곤 가격이 높은 편인데 양념갈비 일인분에 4만4000원을 받는다. 도청 인근에 위치. 033-254-3203.

■ 짚불에 구워먹는 노릇노릇 곰장어 기장곰장어

짚불에서 적당히 구워진 곰장어(갯장어)의 새까맣게 탄 껍질을 벗기면 노릇노릇하게 익은 하얀 속살이 드러나는데, 이것을 먹기 좋게 잘라 소금이나 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솔잎의 향긋함이 더해지는 생솔잎 곰장어와 구수한 맛의 곰장어 된장국 등의 메뉴도 있다. 기장군 송정해수욕장에서 대변항으로 가는 국도 변에 위치. 1㎏에 3만원인데 어른 세 명이 먹을 만한 양이다. 051-722-5580.

■ 광어회 백반을 아시나요 부산명물횟집

푸짐하고 큼직한 생선회가 있는 백반집. 회정식에는 광어회 한 접시에 생선 대가리로 끓인 맑은 국과 대여섯 가지의 밑반찬이 나온다. 철따라 창자젓, 볼락어젓, 게장 등이 상에 오른다. 회덮밥은 7000원, 회정식은 1만9000원. 부산 자갈치 어패류시장 정문 맞은편. 051-245-4995.

■ 조개는 역시 밖에서 구워야 제 맛 수민이네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에서 청사포 쪽으로 빠지는 구도로에 있는 노천 해변 식당으로 조개구이와 장어구이가 주특기다. 돌솥밥은 빠뜨리면 안 되는데 주문할 때 함께 시켜야 오래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조개구이.장어구이 각각 2만원, 돌솥밥은 2000원.051-701-7661.

*** 충청.전라

벨트 풀고 시작하세요

■ 반찬이 40가지 경희식당

속리산 법주사 관광단지에 있는 한정식집으로 밥상을 받으면 40가지가 넘는 반찬에 입이 쩍 벌어진다. 표고버섯전.마늘종장아찌.더덕구이.씀바귀무침 등 하나하나 이름을 나열하기도 힘들다. 딱딱할 정도로 바짝 말린 굴비는 짭짤한 옛 맛의 기억을 일깨워준다. 2인분 한 상에 5만원. 043-543-3736.

■ 속풀이에 그만, 박속밀국낙지 원이식당

낙지와 박속을 넣어 맑게 끓인 박속밀국낙지가 시원하다. 탕을 다 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칼국수나 수제비를 넣고 다시 한번 끓여서 먹는다. 신두사구, 구례포, 학암포 등 태안 주변에서 잡히는 낙지만을 사용한다고. 박속밀국낙지 1만5000원. 041-672-5052. 서해안 고속도로 해미IC에서 빠져나와 태안 방면으로 가다가 태안여고 로터리에서 원북 방향으로 7km 지점.

■ 우리집 회는 씹는 맛 두발식당

대천해수욕장 횟집거리 뒤편에서 단골 위주로 장사하다 유명해진 집이다. 회를 얇게 썰지 않고 두툼하고 큼직하게 썰어서 낸다. 회를 시키면 굴.조개.생선구이 등이 계속 나오고 식사로는 김밥을 말아준다. 마지막에 나오는 전복죽도 별미다. 모둠회(1인분) 3만5000원. 041-934-6930.

■ 바로 양념해 바로 굽는 불고기 대한식당

광양에서 광양불고기로 손꼽는 집으로 4대째 영업 중이다. 주문을 받으면 바로 양념을 해서 석쇠에 올려 참숯불에 굽는다. 양념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고기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외지인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광양읍사무소 뒤 매일시장 입구에 위치. 1만3000원. 061-763-0095.

■ 통 추어숙회의 원조 새집식당

추어탕으로 유명한 남원의 터줏대감 추어탕집. 미꾸라지가 통째로 나오는 추어숙회를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미꾸라지는 어릴 적 시골 냇가에서 잡던 것과 모양이 똑같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모든 장류도 직접 담가서 사용한다고. 추어탕 7000원, 추어숙회 2만5000원부터. 063-631-2443. 광한루에서 곡성 방면으로 500m 지점.

■ 기절할 만큼 기찬 맛 '기절낙지' 제일식당

'기절낙지'란 이름의 묘한 낙지를 파는 곳. 살아 있는 낙지를 대바구니에 넣어 열심히 비비면 낙지가 기절(?)한다고. 이 낙지를 물초장에 찍으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데 이것을 상추에 싸 먹는다. 병어.준치.갯장어 등 계절 생선회 무침을 기본 차림으로 낸다. 시세에 따라 값을 받는데 4인분 기준으로 10만~15만원. 061-452-1139. 무안읍에서 망운면 바닷가로 가는 길 중간의 천주교회 옆에 위치.

*** 제주

뭍사람들은 몰라요, 이 맛!

■ 농장 직송 통통 흑돼지 소낭밭 돼지고을

주인이 직접 돼지농장을 운영하면서 10년째 영업하는 곳. 소낭밭은 제주도 말로 소나무 밭이라는 뜻으로 농장에 소나무가 많은 데서 유래했단다. 생모둠을 시키면 잡은 지 얼마 안 되는 검은 털 박힌 흑돼지고기가 나온다. 생모둠(대) 3만원, 김치찌개 4000원. 제주공항에서 용두암 방면으로 가다가 시외버스 정류장 건너편에 위치. 064-755-7359.

■ 솥밥이라고 같은 솥밥이 아니다 대우정

오분자기.표고버섯.콩을 넣고 사골 육수로 지은 솥밥으로 양념간장과 마가린을 넣어 비벼 먹는다. 밥을 다 먹은 후 바닥에 두껍게 눌어 있는 누룽지를 긁어 먹는 것도 재미있다. 오징어.조개.새우가 들어간 해물 돌솥밥도 있다. 주문을 하면 밥 짓는 시간(15분)은 기본적으로 기다려야 한다. 오분자기솥밥은 9000원, 해물돌솥밥은 8000원. 제주 한라일보 옆. 064-757-9662.

■ 해녀들이 직영하는 죽집 오조해녀의집

제주도에는 해녀들이 조합 형식으로 식당을 차리고 직영하는 해녀의 집들이 많은데, 그중 오조리 해녀의 집은 전복죽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다. 전복의 내장을 맛볼 수 있는 전복젓갈도 별미다. 성산 일출봉의 경관이 펼쳐지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입과 함께 눈도 즐겁다. 전복죽 9500원, 전복젓갈 4000원.

064-784-7789.

■ 조림이냐 국이냐, 갈치 왕중왕전 부두식당

부드러운 살점이 혀끝에 감도는 갈치요리 전문점. 구이와 조림이 주특기지만 호박.배추를 넣고 끓인 호박갈치국의 시원한 맛도 빠뜨리지 말 일이다. '대'크기의 갈치구이와 갈치조림은 각각 2만원, 갈치호박국은 6000원. 남제주 모슬포수협 근처. 064-794-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