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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곤충 농사 망치는 곰팡이병…세균 균주로 해결한다

중앙일보

입력

왼쪽부터 식용곤충인 쌍별귀뚜라미와 갈색거저리. 천권필 기자

왼쪽부터 식용곤충인 쌍별귀뚜라미와 갈색거저리. 천권필 기자

18일 경북 예천군의 한 식용 곤충 농장. 발효된 참나무 톱밥을 가득 채운 상자 안에 작은 곤충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고소애로 불리는 갈색거저리다. 옆에는 흰점박이꽃무지가 가득 담긴 상자도 있었다.

“곤충에는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영양소가 우리 몸이 흡수하기 편한 형태로 들어 있어요. 단백질을 얻기 위해 고기를 먹으면 우리 몸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산까지 한꺼번에 섭취해야 하지만 곤충을 그럴 필요가 없죠.”

식용곤충 농장을 운영하는 이경철 그린에듀텍 대표가 설명했다.
귀농 9년 차인 이 대표는 식용곤충을 이용해 사탕류나 차 같은 다양한 식품을 만들고, 장애인들의 식용곤충 농장 창업도 지원하고 있다.

그가 건넨 말린 고소애 애벌레를 보니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먹어 보니 바삭한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이 났다.
고소애 분말이 들어간 과자와 귀뚜라미 분말로 만든 차는 큰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암 환자 면역력 회복에도 효과 

굼벵이로 불리는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굼벵이로 불리는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곤충이 새로운 식량자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식용곤충 산업은 해마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7년 4000억 원을 돌파한 국내 식용곤충 시장은 내년에는 5000여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래 식량난에 대비해 식용으로서 곤충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고소애 애벌레, 쌍별귀뚜라미 등 7종의 곤충이 식품으로 인정돼 농가에서 생산되고 있다.

굼벵이로 불리는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는 100g당 단백질이 함량이 58g에 이르는 고단백 식품으로 간 기능 보호와 중풍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소애의 경우 암 수술 환자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 면역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녹강병·백강병 막는 균주 개발  

말린 굼벵이. 임현동 기자

말린 굼벵이. 임현동 기자

하지만, 식용 곤충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곤충병 피해가 워낙 크다 보니 그동안 농가들은 사육에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식용 곤충들의 먹이인 참나무 톱밥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균(곰팡이)이 곤충들에게 감염돼 녹강병·백강병 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녹강병이나 백강병에 한 번 감염되면 사육장 전체 개체를 폐사해야 할 정도로 전염성이 크다”며 “식용곤충 농장주들이 초기에 이런 문제들로 인해 큰 피해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이런 병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수 미생물을 활용한 식용 곤충병 방제용 세균 균주(바실러스 아밀로리퀴에파션스)를 개발했다.
이번에 특허 등록된 균주는 식용 곤충에 발생하는 녹강병과 백강병의 치사율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이 균주를 넣은 톱밥에 녹강병균과 백강병균의 포자를 각각 인공 접종하고 세균 균주를 투입한 뒤 30일 동안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의 치사율을 조사했다.
세균 균주를 투입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녹강병은 83.3%, 백강병은 73.3%의 방제 효과가 나타났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이 특허 기술을 사회적 기업인 그린에듀텍 영농조합법인에 22일 이전한다.

유상미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전임연구원은 “그동안 식용곤충 농가에서 병해로 인해 큰 피해를 호소해 왔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에 개발된 병원균의 특성을 이용해 곤충의 질병 감염을 방지하고, 해충 방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예천=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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