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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상한제마다 도화선…이번엔 '3.3㎡당 1억 후분양'이 불붙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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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과천 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는 후분양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가 규제를 피해 주변 새 아파트 시세 수준에 분양가를 정할 계획이다.

과천 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는 후분양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가 규제를 피해 주변 새 아파트 시세 수준에 분양가를 정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분양가 통제의 역사다. 공공택지 가격 규제는 일상이었다. 공공택지는 공공이 대규모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강제 수용 등을 거쳐 조성하는 땅이다. 공익적인 성격이 짙다. 저렴한 주택 공급이라는 개발 취지에 맞게 일찍부터 가격 규제를 받았다. 1963년부터 지금까지 50여년 중 분양가 제한이 전혀 없던 때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부터 2004년까지 6년 정도에 불과하다.

1977년 민간택지 분양가 규제 시작 #집값 규제 막바지 대책으로 등장 #상한제 촉발한 고분양가 단지들

민간택지 가격 통제는 다르다. 민간택지는 재건축·재개발·민간도시개발사업 등 민간이 이윤을 얻기 위해 주택사업을 하는 땅이다.

사적 영역으로 간주한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제한은 흔치 않았다.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 대책에서도 거의 마지막 ‘선수’로 나왔다.

민간택지 가격 규제 때마다 불러들인 ‘도화선’이 있었다. 정부 개입의 '빌미'가 됐고 업계로선 '미운 오리'인 셈이다. 과거엔 강남권 이외 지역들에서 화근이 생겼다.

민간택지 상한제는 42년 전인 77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중동 특수로 수출이 100억 달러를 달성하며 시중에 부동 자금이 넘치고 분양가가 치솟았다.

고급 아파트 건립 붐이 일었던 여의도가 기폭제였다. 그해 8월 미성 분양가가 3.3㎡(평)당 56만9000원으로 1년 전인 76년 1월 서울아파트 35만6000원보다 60% 올랐다. 분양가 규제를 받던 국민주택의 2배 수준이었다.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3배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분양가가 물가 불안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분양가 규제는 사업계획 승인 때 행정지도로 이뤄졌다.

70년대 말 경기 침체가 닥쳤고 정부는 81년 6월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화했다. 바로 두 달 뒤인 8월 한신공영이 '사고'를 쳤다. 한신공영은 반포 15차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138만원으로 정했다. 이전 분양가 상한선에서 22% 뛴 금액이다. 이후 분양가 인상 도미노 현상이 벌어졌다. 서울시가 분양가 통제에 나섰다.

90년대 중반 경제에 외환위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자 정부는 분양가를 단계적으로 풀기 시작했다. 95년 11월 지방부터 시작해 99년 1월 공공택지까지 전면 자율화했다.

2000년대 초반 집값이 뛰며 먼저 공공택지에 2005년 3월 도입된 분양가상한제가 2007년 9월 민간택지로 확대됐다. 앞서 그해 1월 정부는 민간택지 상한제 도입을 발표했다. 2006년 서울 은평뉴타운과 파주 고분양가가 도화선이었다. 인근 불광동 아파트 시세가 3.3㎡당 800만~1100만원이었는데 은평뉴타운 분양가는 3.3㎡당 1151만~1501만원이었다.

파주에서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3.3㎡당 800만~900만원)보다 50% 이상 비싼 3.3㎡당 1257만~1499만원이 책정됐다. 고분양가 자극으로 2006년 한해 파주 아파트값 상승률이 45.4%로 전국에서 과천(52.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민간택지 상한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2009년부터 폐지를 추진해 2015년 4월 사실상 폐지됐다. 요건이 유명무실한 지정 지역에서만 적용하도록 명맥만 유지됐다.

그러다 분양보증을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17년 3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를 제한했다. 2016년 개포 주공3단지 분양가 논란이 계기였다. 이 단지 조합은 분양가를 3.3㎡당 최고 5000만원대, 평균 4500만원 정도로 추진했다. 그해 초 약세를 보이던 강남권 아파트값이 꿈틀대며 이후 집값 상승세가 확산했다.

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거부를 겪으며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3.3㎡당 4178만원에 분양보증을 받고 분양에 들어갔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주택도시보증공사 규제를 받지 않는 조합 보유분을 3.3㎡당 4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분양할 예정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주택도시보증공사 규제를 받지 않는 조합 보유분을 3.3㎡당 4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분양할 예정이다.

정부가 최근 민간택지 상한제를 실제로 시행할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HUG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는 ‘후분양’ 움직임이 작용했다.

후분양은 지난 1월 과천 주공1단지가 가장 먼저 추진했으나 이때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HUG가 지난달 분양가 규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한 뒤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가 후분양을 결정하며 후분양 추진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HUG 분양가 규제를 피해 주변 시세대로 분양하면 강남권에선 3.3㎡당 1억원 분양도 가능하다. 반포에서 가장 비싼 옛 신반포1차 재건축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평균 9000만원에 육박한다.

앞으로 2~3년 뒤 후분양 시점을 고려하면 인근 반포주공1단지 등에서 신축 등의 이점을 내세워 아크로리버파크 시세보다 분양가를 높게 정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서초구 반포동 옛 삼호가든4차 재건축 단지는 HUG 분양가 규제를 받을 필요 없이 분양한 보유분 15가구를 주변 시세 수준인 3.3㎡당 6000만원 선에 분양했다. 주변 HUG 규제 분양가는 3.3㎡당 4300만원선이었다.

송파구 가락동 옛 가락시영인 헬리오시티가 이달 말 조합 보유분을 3.3㎡당 최고 4900만원의 최저가에 입찰 매각한다.

과천주공1단지도 분양가를 지난해 입주한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 시세와 비슷하게 추진하고 있다. 래미안과천세트럴스위트가 3.3㎡당 4000만원 선이다.

과천에서 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이 3.3㎡당 3200만원대다. 이 단지는 2017년 3.3㎡당 3300만원선에 분양하려다 HUG의 분양보증 거절을 당한 뒤 후분양으로 돌아섰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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