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나를 돌아보는 여행
여름 휴가 시즌입니다.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휴가를 갈 때, 어디서 자고 무엇을 보고 먹을지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인가요, 아니면 휴가지를 정하고 교통편 정도만 예약한 채 일단 가는 편인가요.
과거의 저는 전자였습니다. 그러다 2014년 여름 바뀌었습니다. 처음으로 ‘나 홀로 여행’을 2주 동안 감행해봤습니다. 이때 저는, 30대 중반에 찾아온 커리어 사춘기에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여행지에 대한 계획보다, 나에 대한 탐색이 갈급한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서 전 ‘미처 모르던 나’를 발견했습니다. 일상에서 한발 떨어져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할 때 설레는가’ 등에 대해 돌아볼 수 있습니다. 당시의 저는 금융권에서 앞만 보고 달려오다 지쳐 ‘다시는 일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는데 여행에서 돌아올 땐 ‘일을 계속해야겠다, 단 그동안 알아온 일, 해왔던 일 말고 다른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는 마음을 품었고, 지금의 일을 하게 됐습니다.
폴인에서 진행하는 일대일 커리어 코칭을 통해 저를 찾아온 A는 5~7일 정도의 휴가를 쓰는 것도 너무 눈치가 보이는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견디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임원들은 1년 중 연차가 25일이어도 막상 사용하는 휴가는 2일뿐이라면서요. A는 일하는 이유가 ‘돈’ 뿐인 현재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기획까지 마친 자신만의 창업 아이디어를 실행해 보아야 할지, 현실과 리스크를 따져 좀 더 주도성을 가질 수 있는 다른 회사로 이직해야 할지, 실타래가 엉킨 듯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 생각들로 고민하고 있었어요. 각각 옵션의 장단점과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을 함께 분석하며 저는 그에게 ‘쉼표’가 정말 필요해 보인다는 이야기도 함께 드렸습니다.
B는 너무나 바쁜 일상에 완전히 번아웃 된 상태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책임감이 강한 그는 하는 일들을 접을 순 없고, 계속하자니 지치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이 흐름이 반복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C는 10년 넘게 회사를 다니는 동안 평균 퇴근 시간이 밤 10시였다고 해요. 자신을 갈아 넣으며 결과를 내는 재미도 잠시, 이 패턴이 10년 넘게 지속하면서 휴가다운 휴가를 가본 기억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분들께 “어딜 가서 무엇을 할지 빡빡하게 계획을 세우지 말고 그동안의 일상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최소 2~3일 정도 확보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각자 스스로 원하는 곳, 원하는 일의 방식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2~3일이든,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기간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쉼표의 목적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다음 10개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을 구해보세요.
① 일을 왜 하는가
② 일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③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④ 이루어내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지금, 내일, 이번 주, 다음 주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⑤ 잘하는 일과 못 하는 일은 무엇인가
⑥ 나의 관심사를 일로 가져온다면, 어떻게 일의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⑦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실험해보고 싶은가
⑧ 성공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⑨ 어떤 일을 좋아하며, 무엇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한가
⑩ 일을 포함한 나의 삶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인가
_폴인 스토리북 <당신은 더 좋은 회사를 다닐 자격이 있다> 중에서
10가지 질문에 모두 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중 여러분의 마음에 특히 와닿는 질문을 꼽아 각 항목에 대한 답을 깊게 생각해보세요. 예를 들어 여행지에서 나의 발길과 시선은 특히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살펴보면 그것이 바로 9번 “어떤 일을 좋아하며 무엇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한가”의 답입니다. D는 파리에 10일간 다녀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출근하는 직장인’이었다 합니다. 파리에 유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 공원 등등이 정말 많을텐데 의외의 답변이지 않나요? 아마도 그가 너무나 바쁜 하루를 보내다 떠난 여행이라 더 인상 깊었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D는 회사에서 조직 문화 담당자였거든요. 파리에서 매일 아침 마주했던 이 풍경에 그는 ‘저렇게 여유있게, 즐겁게 회사에 출근하게 하려면 나는 우리 회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E는 2주간 떠난 호주 여행에서 8번, ‘성공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았다 합니다. 대기업에서 달리며 승진 때마다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쥔 E는 여행지 동네 골목의 작은 아트 마켓에서 마주친 셀러와의 대화에서 ‘성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했는데요. 15년간 IT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셀러가, 아트 공예를 배워 40대 초반의 나이에 완전히 다른 직업으로 제 2의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을 우연히 마주하면서 E는 ‘나는 왜 남들이 정해 놓은 길을 누구보다 빨리 가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했을까’ 했다고 합니다. 그 후로 E는, 5번, 6번, 7번의 질문으로 넘어가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10가지 질문 중, 꼭 답해야 하는 질문도 있습니다. 1번 ‘일을 왜 하는가’입니다. 휴가 전 회사에서의 일이, 단순히 내 시간을 ‘돈’으로 교환하는 것에 그친다면, ‘일은 일일 뿐’ 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성장하고 싶은 갈증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휴가에서 돌아온 이후 ‘새로운 도전’을 한번 고민해보시면 어떨까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에 마음이 가고, 누구와 함께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 돌아보는 건 중요합니다. 이런 생각을 주기적으로 계속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커리어 지도를 점차 단단하게 완성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원하는 곳에 있어야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며 살 수 있습니다. 휴가에서 돌아와 ‘울며 겨자 먹기’로 출근하지 않도록, 일상에서 떨어진 시간 동안 ‘나’에 초점을 맞추고 내가 원하는 곳과 원하는 일의 방식을 탐색하는 휴가가 되길 바랍니다.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naieekim0812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