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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수소 국산화 책임 놓고, 최태원 반박에 박영선 재반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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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연합뉴스ㆍ뉴스1]

18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연합뉴스ㆍ뉴스1]

박영선-최태원 제주포럼서 설전…공항에서까지 SNS 재반박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줬으면 지금의 상황은 어떠했을까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리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정조준했다. 최 회장의 "국내 중소기업이 불화수소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품질이 다르다"는 발언에 반박한 것이다.

이날 오후 2시쯤 박 장관의 페이스북에는 짧은 글이 하나 올라왔다. 박 장관은 해당 글에서 "대한상의 제주포럼 마치고 공항 가는 길에 '(대기업이 한국 중소기업 불화수소 안 쓴다?) 품질·순도 문제'라는 기사를 봤다"며 "첫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요? 만약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R&D(연구·개발) 투자를 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떠했을까요?"라고 지적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최태원 SK회장의 발언에 대한 반박 견해를 18일 개인 SNS에 올렸다. [사진 박영선 페이스북]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최태원 SK회장의 발언에 대한 반박 견해를 18일 개인 SNS에 올렸다. [사진 박영선 페이스북]

日 수출 규제에…박영선 "국내 중기 왜 안 쓰나" vs 최태원 "품질·순도 문제"

이 상황은 이날 오전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의 연장 선상이다. 박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축적의 시간과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말미에 그는 "(국내) 중소기업을 만나 물어보니 불화수소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문제는) 대기업이 안 사준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과의 갈등 관계가 위기이지만 기회도 될 수 있다"며 "핵심 부품을 대기업에서 모두 만들 순 없다"고 말했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는 대표적인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로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수출규제 품목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은 최근 불화수소 공급처 다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같은 포럼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강연이 끝난 뒤 박 장관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 만들 수 있겠지만, 품질의 문제"라며 "반도체 역시 중국도 다 만들지만, 순도가 얼마인지, 또 공정마다 불화수소 분자 크기도 다른데 그게 어떤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에 맞는 불화수소가 나와야 하지만 국내에서 그 정도 디테일은 못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그간 "일본 수출 규제를 소재·부품 산업의 독립 기회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8일 기자 간담회와 16일 취임 100일 메시지에서도 같은 취지의 '부품·소재 산업 독립 선언' 발언을 꺼냈다. 중기부 관계자는 "10일 청와대-30대 기업 총수 간담회 때 '어려워도 중기 제품을 적극적으로 키웠어야 했다'는 기업인 발언이 나왔는데, 현장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본 장관이 희망을 느낀 듯했다"며 "이후 식사 자리에서 비슷한 얘기를 몇 번 더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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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희철 기자,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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