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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어떤 직장 내 괴롭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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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전날인 15일 MBC 앵커 출신의 배현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송파을)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란 게 시행된답니다. ㅎㅎㅎ 많은 생각이 듭니다”라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양치대첩’과 ‘피구대첩’을 거론했다. ‘양치대첩’이란 2013년 MBC 시절 배현진이 모 기자와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하다 말다툼을 했는데, 4년 뒤 해당 기자는 “그 일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커진 일이다. ‘피구대첩’이란 체육대회에서 피구를 하다 배현진에게 공을 맞혀 인사 조치가 됐다는 모 아나운서의 주장에서 나온 말이다.

실제 그랬을까. 배 위원장에게 물었더니 “선배 여기자와 싸운 거 맞고, 그때 경위서도 썼다. 하지만 나 때문에 비제작 부서로 발령 났다는 건 억지다. 인사가 날 때 나도 휴직 상태였다”고 했다. “피구대첩은 어이가 없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그는 또 “뉴스 준비하고 있는데 20여명이 몰려와 꽹과리 치며 소금 뿌리고 ‘딸랑 귀신 물러나라’고 야유했다. 그들은 앵커 배현진을 괴롭히는 걸 ‘트로피’처럼 여기며 단톡방에서 공유했다”라고도 했다. 왜 바로 대응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그때 제가 무슨 말을 한들 사람들이 들어주기나 할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괴롭힘 방지법은 직장 내 일그러진 갑을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임원·간부 등을 제외한 MBC 직원 중 노조원은 90%에 육박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MBC를 가리켜 “덩치 큰 아기(노조)와 빼빼 마른 부모(경영진)가 사는 기형된 구조”라고 평가한다. 비록 인사상 불이익을 겪었다 해도 절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위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과연 약자라고 할 수 있을까. 배 위원장은 “내가 당한 건 괴롭힘이 아니라 명백한 직장 내 폭력”이라고 했다.

최민우 정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