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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 장애아들 두고 온 아빠, 네팔서도 버리려 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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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가 있는 어린 아들을 ‘코피노’라고 속여 필리핀에 놔두고 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부부가 과거 2010년에도 두 차례 네팔에 아이를 홀로 두고 온 사실이 확인됐다. [JTBC 캡처]

정신장애가 있는 어린 아들을 ‘코피노’라고 속여 필리핀에 놔두고 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부부가 과거 2010년에도 두 차례 네팔에 아이를 홀로 두고 온 사실이 확인됐다. [JTBC 캡처]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의 이름을 바꾼 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로 둔갑시켜 필리핀에 4년간 유기한 혐의의 한의사 A(47)씨와 아내 B(48)씨가 과거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네팔에 친아들을 홀로 두고 온 사실이 확인됐다.

정신장애 악화되고 왼쪽 눈 실명 #부모 이름만은 정확히 기억해

검찰·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0년 7월과 12월 두 차례 네팔에 친아들을 홀로 둔 채 귀국했다. 당시 아이는 유기 목적으로 네팔 전문상담기관에 맡겨졌으며 두 번 모두 현지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검찰은 “A씨가 아들을 국내에 유기했다가 실패하자 결국 해외에 유기하려 한 것으로 보이며 유기 방법은 더욱 치밀해졌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아들의 취학통지서가 나오자 재빨리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수법으로 교육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나고자 했다.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다. 당시 교육당국도 아들의 행방을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2004년 낳은 둘째 아들이 자라면서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4년 11월 A씨는 10살이 된 둘째 아들을 데리고 필리핀으로 건너가 ‘자신은 일용직 노동자이고 아들은 현지 여성과 낳은 혼혈아’라고 속이며 현지 선교사에게 자폐증을 앓는 아이를 맡겼다. A씨는 잠시 부탁한다며 양육비로 3500만원을 건넸다고 한다.

그러던 지난해 8월 국민신문고에는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는 선교사가 아이의 증세가 심해지자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보육원에 넘겼는데, 이곳 보육원장이 한국인 지인에게 ‘아이가 코피노가 아닌 한국인 같다, 부모가 버린 것 같다’고 말해 이를 들은 지인이 국민신문고에 올린 것이었다.

그해 11월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아동 유기가 의심된다며 외교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사를 통해 이 아이의 부친이 A씨인 사실을 알아냈다. A씨와 B씨는 자신들을 쉽게 찾지 못하도록 아이의 이름을 바꾸고 여권도 챙겨갔다. 아이를 필리핀에 두고올 당시 A씨는 한국으로 돌아와는 곧바로 연락처를 바꾸고, 선교사와 연락을 끊은 상태였다. 관할 당국은 가까스로 아이의 부모를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아이가 부모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했기 때문이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윤경원)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아동 유기·방임)로 A씨를 구속기소하고, 아내 B씨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16일 밝혔다.

필리핀 마닐라 지역 보육원 등에서 4년간 방치돼 정신장애가 더욱 악화돼 국내로 돌아온 아이는 소아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왼쪽 눈은 실명된 상태였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 아이는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또다시 버려질까 봐 가정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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