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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성폭행 뒤 신사 돌변 반복···그때부터 녹음기 지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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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뉴스1]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 [뉴스1]

김준기 전 DB그룹(전 동부그룹) 회장이 가사 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피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가사 도우미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할 당시) 형편이 너무 안 좋은데 아이 둘이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바로 신고하지 못했다"며 뒤늦게 고소하고 언론에 피해 사실을 알린 이유에 대해 밝혔다.

가사 도우미 A씨는 2016년 김 전 회장의 경기도 남양주 별장에서 1년 동안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외국에 서너 달 다녀온 뒤 별장 거실에서 음란물을 시청하면서 노골적으로 성폭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성폭행을 당한 뒤) 갑자기 아무 말을 안 하더라. 그때부터는 완전히 신사가 됐다"며 "그래서 저는 '나한테 미안해서 그런가'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A씨는 "나만 말 안하고 있으면 되니까 그냥 가만히 있으려고 했다. 그런데 보름쯤 지나서 저녁에 그런 일이 또 벌어졌다. 그러고나서는 또 점잖게 그러더라"며 김 전 회장의 반복된 성폭행 양상을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의 이런 행동은 A씨가 녹음기를 소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A씨는 "'나가야 하나', '내가 이러고도 가만히 있으니까 나를 진짜 바보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그때부터 녹음기를 주머니에 넣어서 다녔다"고 말했다.

A씨의 녹음기에는 "가만히 있으라", "부드럽게 굴라" 등 성폭행 정황을 알 수 있는 김 전 회장의 목소리가 담겼다. A씨는 이에 대해 "거기서 벌어진 일의 1만 분의 1도 녹음이 안 된 것"이라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당장 갈 데가 없어서 그만 둘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가 김 전 회장 집을 박차고 나가게 된 계기가 생겼다. A씨가 주방에서 일하는데 김 전 회장이 "잠깐 와보라"고 부른 것이다. A씨는 "또 비디오를 봤는지 눈이 벌겋고 막 짐승처럼 보였다"며 "저도 모르게 밀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당장 그만 둘테니까 내 몸에 손도 대지 말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A씨는 가사 도우미 일을 그만두고 2~3일 뒤 김 전 회장 측 사람을 만났다. A씨는 2200만원 정도를 '듣고 본 것을 함구한다'는 조건으로 받았다. 1년 뒤인 2017년 김 전 회장의 여비서가 그를 성추행으로 고소한 사실을 알게 된 후 A씨도 그를 고소했다.

A씨는 "그 사람이 합의를 하자고 변호사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며 "나는 무조건 구속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합의된 성관계라는 김 전 회장 측 주장에는 "목숨걸고 아니"라고도 말했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28일 미국에 입국한 후 질병 치료를 이유로 현재까지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그의 여권을 무효로 하고 그를 지명수배하는 한편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또 법무부가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청구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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