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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내려 죽어” 강요한 중학생들 “사회봉사 몇 시간 하면 돼”

중앙일보

입력

가해 학생이 보낸 문자(왼쪽)와 피해 학생의 멍든 손. [연합뉴스]

가해 학생이 보낸 문자(왼쪽)와 피해 학생의 멍든 손. [연합뉴스]

강원도 한 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 7명이 2학년 학생을 집단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원도에 위치한 한 중학교에 다닌다는 2학년 A군은 지난달 26일 학교 후문에서 3학년 B군 등 7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후 1㎞ 떨어진 공원의 정상에 끌려간 A군은 가해 학생들에게 또 맞았다.

전날 가해 학생 1명과 A군 친구 간 다툼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함께 있던 A군이 묻는 말에 거짓말했다는 게 폭행 이유였다고 한다.

A군의 목덜미를 잡고 낭떠러지로 끌고 간 가해 학생들은 “이 상황을 끝내고 싶으면 여기서 뛰어내려서 죽으면 된다”, “네가 여기서 죽어야 상황이 끝날 수 있다”는 말을 하며 A군에게 극단적 선택을 강요했다. 이를 거부하는 A군에게 B군 등은 ‘열중쉬어’ 자세를 시키고 가슴과 명치 등을 때렸다. 이후 “학교나 집에 알려봤자 사회봉사 몇 시간만 하면 된다”며 폭행 뒤 “내일 학교 가서 조용히 있어라”는 문자를 A군에게 보냈다.

집단 폭행으로 A군은 가슴에 심한 통증과 타박상 등을 입어 전치 2주 상해 진단을 받았다. 폭행 후 A군은 행동 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를 보여 3주째 학교에 가지 못하고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A군 부모도 공황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A군 부모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 개최를 요구했고, 학폭위는 가해 학생들에게 서면 사과,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처분을 나누어 내렸다.

학교 측에 출석정지 이상의 조치를 기대했던 부모는 학교의 이 같은 대처에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이에 A군 부모는 가해 학생 7명을 경찰에 고소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청원 글을 올린 상태다.

A군 부모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폭행인데 잘못한 사람은 대가를 치르지 않고 피해자들은 집에 갇혀 지낼 정도로 고통스럽다”며 “선도 차원에서 약한 처벌만 내린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학교 측은 학폭위 당시 주요 논쟁거리였던 극단적 선택 강요에 관한 양측 진술이 엇갈렸다고 설명했다. 가해 학생들은 A군에게 극단적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A군이 “내 말이 거짓이라면 뛰어내리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폭위에서는 심각성·지속성·고의성 등 5가지 기본 판단요소에 근거해 양측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기에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며 “학폭위 구성이나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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