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개막한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북한이 불참한 데 이어 오는 24일 열리는 평양 국제탁구대회에 남한 선수단도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스포츠 교류가 뚝 끊기는 모습이다.
대북 제재, 남북관계 경색 등 영향
대한탁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17일 “올해 들어 남북 관계가 좋지 않으면서 남북단일팀 구성이 난항을 겪었다”며 “선수단 체력 문제, 다른 국제대회 일정을 고려해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24일부터 열리는 평양 국제탁구대회에는 일본, 대만, 이란 선수단 등이 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탁구는 1991년 현정화·이분희 등의 남북단일팀이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우승을 거두며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남북 관계가 활발해지자 남북 단일팀이 구성돼 가장 눈에 띄게 활약한 것도 탁구였다. 장우진·차효심 남북 혼합복식조는 지난해 7월 코리아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등 수차례 국제탁구대회에서 수상했다.
평양 탁구대회 참가도 남북 단일팀 협의가 관건이었다. 단일팀 협의를 위해선 정부도 나서 북측과 협의해야 한다. 대한탁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남북 단일팀 협의가 올해 들어 멈춰 서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조심스러웠다”며 “평양 탁구대회 불참은 협회 차원의 결정이지만 정부에서 참가 권유가 있었다면 고려했을 텐데 따로 연락이 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지난해 남북 관계가 진전됐을 때는 정부가 앞장서 스포츠 교류에 속도를 내다가 남북 관계가 지지부진하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민간 스포츠 교류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스포츠 교류를 주도하고 나서면서 민간이 나설 공간이 없었다”며 “그런데 북측과 기껏 협의하고 통일부에 접촉 승인을 요청했더니 불허해 북측에서도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정부의 동력이 떨어진 데는 대북 제재,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현실적인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남북 교류를 하려 해도 한·미 워킹그룹이 버티고 있고, 북한은 어지간한 교류에는 만족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남북관계에 점점 소극적이 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북 교류의 장을 지속한다는 측면에서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 제재 탓에 우리 항공기가 (북에) 못 들어가고 북한을 드나드는 것 자체가 힘들긴 하다”며 “이런 부분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북한 개최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