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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갈딱지’와 ‘웬수’가 지지고 볶으며 살아온 50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38)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마누라의 휴대폰엔 내가 ‘소갈딱지’라는 이름으로 들어앉았고
내 휴대폰엔 마누라가 ‘웬수’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다.

어느 날 나는 마누라에게 물었다.
“내가 왜 소갈딱지야?”
“성질이 더럽잖아.”
“….”

이번엔 마누라가 묻는다.
“나는 왜 웬수야?”
“내가 하는 일마다 웬수처럼 야단치잖아.”

결혼하고 나서 스마트폰이 활성화한 처음 시절에는
서로 ‘공주’ ’왕자’로부터 시작해 ‘마님’ ‘아빠’ 그렇게 희희낙락거리더니
우리의 닉네임은 어느새 ‘소갈딱지’와 ‘웬수’로 바뀌었다.
79살 영감과 72살 마누라는 이러면서
아이들처럼 삐지고, 화내고, 지지고, 볶으면서
50년의 세월을 아이들처럼 철없이 살아왔다.

이제는 너나없이 빼도 박도 못하는 인생 막바지.
서로의 휴대폰에 박힌 닉네임을 고쳐달라기에는
왠지 자존심도 상하고 쑥스럽기도 하다.
그냥 그대로 살 수밖에 없다.

“소갈딱지야!”
“웬수야!”
둘이 참 잘 만났다.
천생연분이다.
에이구~

(첨부)
휴대폰에 ‘소갈딱지’ ‘웬수’라는 닉네임으로 저장된 부부가
우리네뿐인 줄 알았는데 의외에도 많은 부부가 그렇게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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