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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 피서 간다…7월 방문객 연중 1위 끌어올린 ‘백캉스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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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달 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여름 세일 행사를 맞아 방문객이 쇼핑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백화점 비수기였던 7월이 백캉스족 증가 등으로 최대 성수기로 거듭났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이달 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여름 세일 행사를 맞아 방문객이 쇼핑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백화점 비수기였던 7월이 백캉스족 증가 등으로 최대 성수기로 거듭났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 이달 말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이민영(29ㆍ서울 서초구)씨는 올해 별다른 여행 계획을 잡지 않았다. 대신 휴가 기간 백화점을 찾아 그동안 사고 싶었던 명품 가방을 사기로 했다. 이씨는 “해외나 국내 휴가지로 떠나는 비용을 갖고 싶었던 명품 가방 구매에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행을 위해 친구와 휴가 기간을 맞추기도 어렵다”며“ 낮에는 시원한 백화점에서 쇼핑하거나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휴가를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수기는 옛말…쇼핑·힐링 인파 #명품·프리미엄가전 등 잘 팔려 #신세계 여름세일이 봄 매출의 2배

#. 부산에 사는 김민수(38)씨는 여름을 맞아 1주일에 3번 정도 집 근처 센텀시티를 찾는다.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으로 퇴근이 빨라져 평일 저녁에도 가족과 함께 백화점을 찾아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다. 그는 “집에 있으면 에어컨을 켜야 해서 아무래도 전기료가 신경 쓰였는데 백화점에 가면 무엇보다 시원해서 좋다”며 “식품관이나 식당가에서 저녁도 해결할 수 있고 주말에는 가족 모두 찜질방도 즐길 수 있으니 이만한 피서지가 없다”며 웃었다.

백화점 비수기로 여겨졌던 7월이 최대 집객 성수기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7월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백화점 방문 고객 수가줄어드는 데다, 의류와 같은 상품 단가가 겨울 상품에 비해 절반 정도 낮아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시원한 백화점에서 더위를 피해 쇼핑과 힐링, 재미를 즐기는 ‘백캉스(백화점+바캉스)’가 새로운 휴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7월은 효자 달이 됐다.

백화점의 7월 집객 성수기 현상은 월별 방문객 수 비중에서 확인된다. 신세계백화점의 연도별 7월 방문 고객 숫자의 경우 3년 전인 2015년까지 매년 10위권 밖을 기록하다 2016년부터 순위가 상승했다. 그러다 2018년 기준 가정의 달인 5월과 연말인 12월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15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진행된 여름 세일 행사에 방문객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지난달 말부터 이달 15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진행된 여름 세일 행사에 방문객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백화점에 고객이 몰리면서 7월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진행된 신세계백화점 여름 정기세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3% 신장했다. 이는 지난봄 정기세일(7.1%) 매출 신장률의 약 2배에 달한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14일까지 전년 동기보다 6.5% 매출이 증가했으며,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5.4% 매출이 늘었다.

7월 백화점 매출은 명품과 시계, 가전제품이 끌어올리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의 여름 세일에선 럭셔리 쥬얼리와 시계(64.5%), 명품(35.9%), 스포츠(9.9%) 제품의 신장세가 높았다. 롯데백화점도 명품(30.1%), 가전(23.1%) 상품의 매출 신장이 두드러졌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장기화한 소비 침체 속에서도 백화점 매출이 꾸준히 오르는 것은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여름철 무더위로 인한 에어컨 판매 호조 등도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옥외 테마파크인 '주라지' 전경. 백화점이 체험과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옥외 테마파크인 '주라지' 전경. 백화점이 체험과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7월이 새로운 집객 성수기로 거듭나면서 백화점의 영업전략도 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쇼핑과 함께 체험이나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지역 랜드마크 백화점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부산 센텀시티점엔 면세점을 비롯해 스파랜드, 골프 레인지, 키즈 테마파크, 아이스링크를 운영하고 있다. 또 대구 신세계에는 아쿠아리움과 옥외 테마파크인 ‘주라지’, 스포츠 테마파크 ‘트램폴린 파크’를 도입했다.

또 비수기로 여겨져 정기세일 외에는 특별한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던 과거와는 달리 주요 백화점은 다양한 집객 이벤트를 7월로 앞당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백캉스족을 타깃으로 한 대형 먹거리 행사인 ‘신세계 고메 페스티벌’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1년에 두 번만 진행하는 명품 대형행사인 ‘해외 유명 브랜드 대전’도 8월에서 7월로 앞당겨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의 현백 바캉스 포스터. '백화점을 무더위 속 쉼터로 바꾼다'는 콘셉트로 오후 6시 이후 타임 세일과 이벤트를 집중해 고객을 백화점으로 불러모은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의 현백 바캉스 포스터. '백화점을 무더위 속 쉼터로 바꾼다'는 콘셉트로 오후 6시 이후 타임 세일과 이벤트를 집중해 고객을 백화점으로 불러모은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도 ‘백화점을 무더위 속 쉼터로 바꾼다’는 콘셉트인 ‘현백 바캉스’ 행사를 연다. 오후 6시 이후 타임 세일과 이벤트를 집중해 고객을 백화점으로 불러모은다는 전략이다.

이성환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은 “백화점 보릿고개로 불리던 7월이 지난해부터 백캉스 트렌드와 함께 집객 성수기로 자리매김했다”며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전진 배치해 쇼핑의 즐거움과 즐길 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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