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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석열 신임 총장, 이젠 대통령보다 국민 신임을 얻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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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지난 8일 인사청문회 이후 야당이 채택하지 않고 있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받지 않고 임명 절차를 진행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회에 지난 15일까지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야당 반발로 불발됐다. 기한이 지나 보고서 없이도 임명이 가능한 법적 요건을 갖추자 바로 사인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청문보고서 없는 임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오만과 고집불통 인사”라고 비판했지만, 야당도 이번 임명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던 듯싶다. 역대 어느 검찰총장보다 임명권자의 신임이 두텁고, 정권 차원의 메시지가 선명한 후보자였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성사된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18일)을 이틀 앞두고 절차가 진행된 것도 그런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렇기에 25일부터 임기(2년)가 시작되는 윤 신임 총장의 어깨에 지워진 짐은 더욱 무겁다. 대통령이 부여한 임무는 이젠 일반 국민에게도 익숙하다. 2년 넘게 꾸준히 진행되는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의 마무리가 핵심이다. 후보자 지명 당시 청와대는 “적폐청산 수사의 성공적 지휘, 남은 비리와 부정부패 척결, 검찰 개혁의 완수”를 근거로 꼽았다.

임명권자가 요구한 임무와 함께 2200여 명의 대한민국 검사 수장으로서의 결단도 윤 신임 총장이 해야 한다. 무소불위라는 비판을 받는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위상을 회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권력의 핵심도 겨눌 수 있는 수사 대상 선택의 형평성 유지, 정치논리에 빠진 검경 수사권 조정의 균형 찾기, 기수 파괴로 흔들린 검찰 조직의 안정적 관리 등도 그가 구현해야 할 과제다.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이후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검찰과 법원 간의 갈등 관계도 연착륙시켜야 한다.

모든 임무를 완수한다면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상한가를 치겠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인사청문회 때의 ‘거짓말 공방’에서 볼 수 있듯이 사정(司正)기관과 그 지휘자에겐 상상 이상의 완결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임무 수행 중에 발생하는 후유증까지 총장은 예측하고 관리해야 한다. 역대 총장이 수없이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던 이유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개념 있는 기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윤 총장이 새로운 검찰의 초석을 다져주길 한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