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골이 터졌다!
한국 여자수구 국가대표팀의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별 리그 2차전 러시아 경기가 16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렸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지난 14일 헝가리를 상대로 0-64로 대패한 후 맞는 두 번째 경기였다. 0-64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역사상 가장 큰 골 차이였다. 첫 경기를 마친 대표팀의 목표는 '1승'이 아닌 '첫 골'이었다.
왜 목표가 승리가 아니고 첫 골일까?
개최국 자격으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출전한 한국 최초의 여자 수구 대표팀은 지난 5월 선발전을 거쳐 꾸려졌다. 수구 선수층이 전무한 탓에 경영 선수 출신 대학생 2명, 중·고등학생 11명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러한 팀이기에 세계의 높은 벽을 넘기는 어려웠다. 현격한 실력 차이를 인정해 목표가 첫 골이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수들과 코치진들은 두번째 이날 경기에서 머리를 맞대고 경기 내내 최선을 다했다.
슛이 아쉽게 빗나가면 선수들은 한마음으로 안타까워했다. 이는 관중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골이 들어가기를 기다리며 응원했다.
한골은 힘들어 보였다. 슛은 아쉽게 빗나가고 수비에 막혔다. 27점 차까지 벌어진 4쿼터 중반. 종료 4분 16초를 남겨놓고 있었다. 드디어 한골이 터졌다. 강호 러시아를 상대로 한 첫 골의 영광은 고등학생 경다슬(강원체고)의 손에서 쏘아졌다. 경다슬의 강력한 슈팅이 러시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91골을 내주고 얻은 한국 여자 수구 공식경기 최초의 골이었다.
선수들은 펄쩍 뛰었고, 울음을 터트렸다.
관중들은 포기하지않고 최선을 다하다 첫골을 성공시킨 선수들을 환호했다.
경기는 한국이 첫 골을 넣고 난 뒤에 3골을 더 내줘 1-30(0-7, 0-9, 0-8, 1-6)으로 패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에도 자신들의 투혼에 눈물을 쏟았다. 관중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상대편인 러시아 코치는 경기 종료 후 우리 선수들과 하이파이브까지 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심판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러시아전 심판 디온 윌리스는 경다슬을 찾아 축하 인사를 전하며 기념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경다슬은 "골은 상상도 못 했다. 믿기지 않는다. 원래 목표가 50골까지만 먹히는 게 다짐이었는데 30골까지 내려가 너무 놀라 눈물이 났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워 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은 첫 경기였던 헝가리전보다 한층 나아져 있었다. 3개의 그쳤던 슈팅 수는 30개로 10배 늘었다. 경다슬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2개의 슛을 기록했다.
대표팀 홍인기 코치는 “대표팀 모두가 개인종목인 경영을 하던 선수들인데, 처음 하는 단체 종목임에도 똘똘 뭉쳐 잘하고 있다”며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오는 18일 캐나다를 상대로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