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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109명, 요즘 영등포경찰서만 바라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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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폭행 혐의로 고발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오른쪽)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폭행 혐의로 고발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오른쪽)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패스트트랙 고발 건 관련 영등포경찰서 출석. 7월 16일 10:00’

패스트트랙 갈등 여야 맞고발 #폭행 혐의 민주·정의당은 출석 #선진화법 걸린 한국당은 침묵 #전문가 “정치의 사법화 심각”

지난 15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다. 실제 백 의원은 16일 경찰에 출두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함께 였다. 백 의원은 지난 4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과정에서 폭행을 행사한 혐의(공동폭행)를 받고 있다. 고발인은 자유한국당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6일부터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고발당한 여야 의원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민주당 백혜련·송기헌·윤준호·표창원 의원 등 4명, 한국당 정갑윤·여상규·이은재·이종배·김규환·김정재·민경욱·박성중·백승주·송언석·엄용수·이만희·이양수 의원 등 13명, 여기에 정의당 윤소하 의원까지 총 18명이 대상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전체 고발당한 현역 의원은 109명(민주당 40명, 한국당 59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으로 재적 의원(297명)의 3분의 1이 넘는다.

민주당·정의당 의원 5명은 16~17일 중으로 출석했거나 출석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비해 한국당 의원들은 침묵하고 있다. 이 같은 태도 차이는 ‘혐의’ 탓이 크다.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대개 형법상의 폭행 혐의인데 비해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방해를 위한 폭력 행위를 금지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제165조) 위반과 공무집행 방해, 특수 주거침입·감금 등의 혐의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의 경우 처벌 조항이 세다. 유죄가 되면 최소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징역형의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10년간,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은 형 확정 후 5년간 공직 선거 출마가 금지되기도 한다. “정치인에겐 사형선고”(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란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사실 과거에도 이런 무더기 고발사태가 있었다. 2008년 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이 야당(민주당) 의원들의 폭행 혐의에 대해선 기소, 여당(한나라당) 의원들의 공무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로 처리하면서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사실 고소·고발전 대신 의원들이 국회 차원에서 스스로 벌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국회 윤리특위다. 1990년 말 국회 상공위원회 ‘뇌물 외유’ 사건과 91년 초 ‘수서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국회의원들이 뜻을 모아 출범시켰다. 내내 상설특위였다가 지난해 처음 비상설특위가 됐다. 활동 시한(1년)이 지나면 재구성을 해야하는 구조다. 하지만 여야가 위원장 자리를 놓고 싸우다가 지난달 30일 이후 결국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윤리특위가 상설특위였던 시절에도 제기능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윤리특위 출범 이후 20대 국회까지 접수된 국회의원 징계안 238건 중 가결된 건 12건(5.0%)뿐인데 11건은 본회의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한 건은 본회의에서 부결됐다(강용석 의원 제명안).

전문가들은 “윤리특위가 제 기능을 못 하니 의정활동 중 일어난 모든 ‘불상사’가 사법당국으로 향하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가 만연했다”고 비판한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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