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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분양가 상한제? 떨고 있는 강남 재건축 3만 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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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재건축 대장주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모습.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사업승인 이전 단계에선 상한제를 벗어나기 어렵다. [뉴스1]

재건축 대장주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모습.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사업승인 이전 단계에선 상한제를 벗어나기 어렵다. [뉴스1]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다가온다. 김현미 장관이 지난달 26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처음 제기한 이후 잇따라 언급하며 시행에 쐐기를 박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3대 쟁점 #규제지역 묶인 곳 서울 등 43곳 #지정 요건 바뀌면 재건축에 영향 #분양가 묶으면 집값 단기적 안정 #공급 줄어 중·장기적으론 역효과 #‘로또’ 없애려 전매제한 늘려도 #청약 쏠림현상까지는 못 막아

서울 집값이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는 가운데 주택시장은 민간택지 상한제에 긴장하고 있다. 관건은 세부적인 시행 기준이다. 특히 상한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세부 기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적용 대상=현행 민간택지 상한제는 정부가 지정하는 지역에서만 시행하게 돼 있다. ‘전국’에서 ‘지정 지역’으로 2015년 4월 바뀌었다.

정부는 지정 요건을 변경해 지정 지역에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요건으로는 이른 시일 안에 시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정 요건을 ‘규제지역’이나 그 중 하나로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규제지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현재 서울 등 43곳이 지정돼 있다.

2015년 4월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를 지정 지역에서만 적용하기로 했을 때 지정 지역 공고 이후 입주자모집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대상으로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7년 11월 현 정부가 지정 요건을 완화하면서는 여유를 줬다. 일반 아파트는 입주자모집을, 리모델링조합을 제외한 조합주택은 사업계획 승인을,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착공 전 관리처분계획(분양계획)을 각각 신청하는 단지부터다.

이 기준을 그대로 두면 현재 강남권에 분양을 앞둔 재건축 단지는 모두 상한제를 벗어난다. 강남권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아직 분양하지 않은 단지가 기존 주택 기준으로 3만1000여가구다. 이 단지들에서 나올 일반분양분이 8000여가구다.

2015년 때처럼 입주자모집 신청으로 통일하면 정부가 고분양가를 우려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대부분에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강남권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를 제한하는 상한제는 사업계획을 마무리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변수”라며 “관리처분계획을 세운 단지에 상한제를 적용하면 사업이 뒤죽박죽이 된다”고 말했다.

◆집값·주택공급=분양가 상한제는 집값 상승기에 분양가 상승에 제동을 걸 것은 분명하다. 2011년 6월 강남구 역삼동 옛 개나리5차가 3.3㎡당 3300만원에 분양됐다. 3년 뒤인 2014년 4월 인근 개나리6차는 상한제 적용을 받아 3.3㎡당 3150만원으로 내렸다.

고분양가가 집값을 자극하는 것은 맞지만 저렴한 상한제 분양가가 기존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상한제 물량이 적다. 서울 아파트가 170만가구가량인데 한해 일반분양물량은 1만~2만가구다. 한해 아파트 매매거래량 10만가구의 10~20%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실장은 “상한제 가격이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기보다 시세를 따라 올라가면서 ‘로또’가 됐다”고 말했다.

상한제의 분양가 견제는 단기적이고 중·장기적으로 집값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집값이 가격 통제보다 공급량에 달렸는데 상한제가 주택공급량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한제로 분양가가 내리면 사업성이 떨어져 주택공급자가 사업을 줄인다.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일반분양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이 늘어난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분양가가 3.3㎡당 1500만원 가량 내리면 추가분담금은 억대가 차이날 것으로 예상한다.

민간택지 상한제의 공급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서울이다. 서울은 택지지구 등 공공택지가 거의 없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적용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 5만~8만가구이던 한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상한제 시행 시기인 2010년대 초반 2만~3만가구로 확 줄었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사실상 사라진 2015년 이후 다시 늘어 지난해와 올해는 각 4만가구가량으로 증가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 폐지를 추진한 주요 이유도 공급 감소였다. 당시 정부는 “주택 건설이 급속히 감소해 수급불균형에 따른 주택가격 앙등 및 서민 주거안정 저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주택정책을 정리하면서 “가격 안정을 위해 분양가를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공급이 줄어드는 한편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이 몰려들어 가격이 올라갔다”고 돌아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격 규제보다 안정적인 주택공급이 시장 안정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로또 분양=정부는 ‘로또’ 상한제 단지의 청약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별다른 환수장치를 두는 대신 전매제한 기간을 연장할 것 같다. 김현미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전매제한 기간을 좀 더 길게 해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택지 상한제 단지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 미만이면 전매제한 기간이 4년, 70% 이상 3년이다. 공공택지는 70% 미만 8년, 70% 이상 3~6년이다. 공공택지처럼 전매제한 기간을 세분화하거나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더라도 청약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 2006년 판교 분양 때 전매제한 기간을 10년까지 늘렸는데도 청약 광풍이 불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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