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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도 게임처럼 빠져드는 ‘게이미피케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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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NHN ‘리틀액션’ 인증 배지. [사진 NHN]

NHN ‘리틀액션’ 인증 배지. [사진 NHN]

NHN에 다니는 이현중(40) 책임의 책상에는 배지 2개가 꽂힌 수집판이 놓여있다. 회사에서 올해부터 시작한 직원 대상 자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 ‘리틀액션’ 인증 배지다. 지난 4월에는 헌혈을 해 ‘헌혈버스 타기’ 배지를 얻었고, 지난 8일에는 헌옷을 기부해 ‘옷 기부하기’ 배지를 받았다. 배지를 모을 때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렸다. 특별한 보상이 없지만 남은 3개의 빈칸에 배지를 모두 채워놓는 게 목표다. 이 책임은 “모바일 게임에서 공을 들여 아이템을 모으듯 하나하나 배지를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며 “재미가 있다 보니 다음번에도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게임적 기법 활용해 몰입시켜 #장애인 교육, 재활훈련 등 확산 #카카오는 생활에 응용할 회사도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이 아닌 일에 게임적 사고와 기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를 몰입시키는 과정)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NHN처럼 사회공헌에 게임기법을 활용하는가 하면 학습·의료·공공 분야 등에서 몰입을 끌어내는 핵심적 방법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NHN 관계자는 “사회공헌 활동에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게임기법을 차용했다”며 “재미를 주다 보니 헌혈 행사 땐 버스를 한 대 더 불러야 했고, 헌 옷 기부도 기간을 하루 더 늘릴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는 교육이다. 기능성 게임 제작사인 블루클라우드는 최근 발달 장애인들이 물건 배송 업무를 익히게 도와주는 가상현실(VR) 게임을 만들어 장애인 고용 업체에 납품했다. 말로 반복적으로 설명해선 배우기 어려운 업무를 게임을 통해 몰입을 유도해 손쉽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권선주 블루클라우드 대표는 “재활 훈련 등 힘들고 아픈 행위를 반복해야 하는 분야에서도 게이미피케이션이 활성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으로 2018년 말 출시된 피트니스 복싱은 지루한 다이어트 과정을 재미로 포장한 경우다. 잽과 스트레이트, 어퍼컷 등 복싱 동작에 리듬 게임 요소를 넣었다. 적절한 타이밍으로 주먹을 내지를 경우에만 점수가 올라간다.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호응이 높다 보니 카카오게임즈는 이를 전담하는 회사까지 설립했다. 지난 3월 설립된 자회사 라이프엠엠오는 실제 일상을 게임처럼 즐겁게 만들기 위한 신사업을 준비 중이다. 위치기반 기술, 경쟁의 재미, 보상, 성취감과 같은 게임적 요소들을 활용한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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