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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담당 美 차관보 마음 사로잡는 법, 이 동영상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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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홍보 동영상에서 "T-37 전투기를 몰았던 순간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국무부 동영상 캡처]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홍보 동영상에서 "T-37 전투기를 몰았던 순간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국무부 동영상 캡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7일 미국 국무부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만난다. 스틸웰 차관보는 지난달 13일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고 한반도 및 중국 등 동아태 지역 전반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총괄하게 됐다.

한ㆍ일 갈등이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에 스틸웰의 방한은 의미가 크다. 북ㆍ미 실무협상도 개시가 목전이다. 익명을 원한 외교소식통은 “스틸웰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지가 현재 한국 외교 역량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말했다. 이미 스틸웰 차관보는 앞서 11~14일 방일해 NHK와 인터뷰를 하며 “내가 (한ㆍ일 갈등을) 중재할 예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외교 역량이 총집결돼야할 때다.

힌트는 있다. 스틸웰 차관보에 대한 각종 정보들을 이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실에서 동영상으로 제작해 지난 10일(현지시간) 배포했다. 스틸웰 차관보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 직전의 타이밍에 맞춰 공개한 셈이다.

영상은 2분10초간 이어지는 롱테이크로, 스틸웰 차관보가 사무실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국무부 직원들이 돌아가며 그에게 취미부터 구사하는 외국어, 인생의 소중한 순간 등등을 질문한다.

스틸웰 국무부 부차관보가 국무부 제작 홍보 동영상에서 반려견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영상 캡처]

스틸웰 국무부 부차관보가 국무부 제작 홍보 동영상에서 반려견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영상 캡처]

스틸웰 차관보는 취미에 대해 “바이크를 타는 것을 좋아하고, 서핑도 즐기고 목공(woodworking)도 항상 즐겁다”고 답한다. 영상 후반부엔 교통 체증이 싫다는 이유로 바이크를 몰고 출근하는 것을 즐긴다는 언급도 나온다.

구사하는 외국어를 묻자 로스앤젤레스(LA) 거주 경험을 거론하며 스페인어와 친숙하다고 말한 뒤 “정식으로 배운 건 한국어이고, 후에 중국어도 배웠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일본에도 살았기 때문에 일본어도 좀 구사한다”고 덧붙였다. 스틸웰 차관보는 1980~83년 미 군사 언어학교서 한국어 어학병으로 교육과 훈련을 받았으며 93~95년엔 군산 기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좋아하는 외국어 구절이 있느냐는 비서의 질문엔 의외로 독일어 문구를 언급했다. “Wie gehts?(‘잘 돼가?’ ‘잘 지내?’)”인데, 이 문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언급하지 않는다. 강 장관 등 외교부 인사들이 첫 만남에서 활용하면 좋을만한 구절이다.

스틸웰 국무부 부차관보가 좋아한다는 소설 '캐치-22'

스틸웰 국무부 부차관보가 좋아한다는 소설 '캐치-22'

스틸웰 차관보는 또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논픽션이 아닌 소설책을 꼽았다. ‘캐치-22’라는 소설로 미국인 소설가인 조지프 헬러가 쓴 포스트 모더니즘 작품이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작가가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전쟁의 비극과 부조리를 블랙 유머로 풍자한다. 스틸웰 차관보는 “일이 왜 잘 안 풀리는지, 아이러니에 대한 얘기가 풍부하다”고 묘사한다.

스틸웰은 국방부 출신으로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이다. 그런 그인만큼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엔 “T-37 제트기, 일명 ‘트윗(Tweet)’을 내 인생 처음으로 조종했던 때”라는 답이 나온다. 세스나 T-37은 훈련용 공격 전투기로 ‘트윗’ ‘잠자리(Dragonfly)’ 등의 애칭으로도 불린다. 역시 군 출신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는 막역한 사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 [사진 연합뉴스TV]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 [사진 연합뉴스TV]

자신에 대한 솔직한 얘기도 털어놓는다. 그는 “20대의 나에게 조언을 한다면 자신에 대해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하면 좀 건방져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시 나는 자신에 대해 회의감이 많았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서는 “국방부 출신인만큼 국무부를 이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요지로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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