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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 잘 있나 묻자, 배익기씨 "1000억은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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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왼쪽)과 이를 소유하고 있는 배익기씨. [사진 JTBC]

불에 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왼쪽)과 이를 소유하고 있는 배익기씨. [사진 JTBC]

2008년 처음 공개된 뒤 소유권 논란이 이어졌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국가에 소유권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소장자 배익기(56)씨가 15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상주본이 잘 있는지 묻는 질문엔 답변을 꺼렸다.

배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상주본이 잘 있냐"는 질문에 "지금 민감한 사안이 돼서 뭐라고 뭐라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라고 답했다.

"존재 여부도 얘기하기 어렵다는 말이냐"라는 물음에 배씨는 "원래 내가 국보 지정받기 위해 공개했던 것인데 이런 무고를 입어 12년을 끌고 오게 됐다"고 토로했다.

배씨는 "2015년 불이 나고 그러니 서로 파국이 일어나겠다 싶어 양보안을 내서 문화재청이 최소한 1조 이상이 간다고 하니 나는 10분의 1만큼이라도 주면 더 따지지 않고 끝내도록 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었다. 1조의 10분의 1정도 되면 한 1000억원 된다"라며 "10분의 1정도도 쳐주지 않으면 완전히 억울하게 뺏긴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렇게 얘기를 한 거고 타당한 상황이 있어 더 주고 싶으면 더 줘도 관계없고"라고 말했다.

배씨는 "재심이라든가 문화재청에 대한 소유권 무효 확인의 소를 한 게 아니다. 청구에 대해서만 패소한 것일 뿐이지 구체적으로 소유권 무효 확인의 소를 냈다든가 재심을 한다든가 이런 건 아직 취하지 않았다"면서 "국가에 대한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를 11일 기각했다.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문화재청은 상주본을 회수하는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상주본의 위치를 아는 것은 배씨 뿐이고, 그의 입을 강제로 열 방법이 없어 상주본을 당장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익기씨의 2017년 모습. [중앙포토]

배익기씨의 2017년 모습. [중앙포토]

상주본 소유권을 둘러싼 법정 분쟁은 2008년 시작됐다. 배씨가 그해 7월 "집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며 상주본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자 같은 지역에서 골동품 판매업을 하던 조모씨가 "배씨가 고서 2박스를 30만원에 구입하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갔다"고 주장하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1년 5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확정판결했다.

조씨는 2012년 국가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뒤 세상을 떠났다. 상주본의 소유권은 국가로 넘어갔다.

그러나 배씨가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갈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배씨는 민사 판결을 근거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2014년 대법원은 배씨가 상주본을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배씨는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만큼 상주본의 소유권은 자기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형사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상주본 소유권이 배씨에게 있다고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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