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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해상서 200명 탄 여객선 화재…해경·승무원 대처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오전 12시 55분쯤 인천 옹진군 자월도 인근 해상을 지나던 카페리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해양경찰청]

16일 오전 12시 55분쯤 인천 옹진군 자월도 인근 해상을 지나던 카페리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 해양경찰청]

16일 새벽 인천 자월도 인근 해상에서 승객과 승무원 200명을 태운 여객선에서 불이 났지만 승무원과 해경의 신속한 대처로 전원이 무사히 대피했다.

해경, 17일 사고 현장서 화재 원인 조사할 계획

이날 인천항 해상교통관제센터에 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날 오전 0시 55분쯤이다. 전날 오후 11시 10분쯤 인천항을 출발해 중국 진황도로 향하던 사고 여객선은 자월도 서쪽 2.5㎞ 지점에서 “여객선 기관실에 불이 났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1만2300t급 여객선에는 승객 150명, 승무원 50명이 타고 있었다. 화물칸에는 컨테이너 188개가 실려 있었다. 기관실에는 기름 탱크가 있어 불길이 퍼지면 대형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사고 지점과 가까운 곳에서 경비활동을 하던 함정을 급파했다. 바람과 비 때문에 항공기를 이용한 구조활동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해경은 선장에게 경비함정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린 뒤 기관실 2차 폭발에 대비해 승선원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선실 밖에 나와 기다리라고 요청했다.

전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갑판에 모인 시간이 오전 1시 16분. 그로부터 9분 뒤 경비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 2명이 먼저 올라간 뒤 이어 도착한 해경 119정의 경찰까지 총 4명이 먼저 여객선에 올라 상황을 파악했다.

화재가 난 선박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해양경찰 경비함에 옮겨타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화재가 난 선박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해양경찰 경비함에 옮겨타고 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여객선에서는 선원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기관실 문을 밀폐해놓은 상태였다. 해경은 기관실 외부 온도를 점검하며 화재 확산에 대비했다. 당초 6m 길이의 줄사다리로 승객들이 1만2300t급 여객선에서 100t급 경비정으로 옮겨 타도록 하려 했지만 어둡고 비가 오는 상황이라 추락 위험이 있었다. 해경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인천 해역에서 가장 큰 3000t급 함정 3005함을 사고 현장으로 보내기로 했다. 집에서 자고 있던 3005함 직원 50명을 비상소집해 오전 2시 57분쯤 사고 현장으로 출항했다. 또 화재 확산으로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함정을 추가로 보냈다.

오전 4시 32분 사고 현장에 도착한 3005함과 여객선 사이에 수평 사다리를 설치해 오전 5시 구조를 시작했다. 승객들은 오전 8시 40분쯤 인천항에 도착했으며 80대 여성이 충격으로 호흡 곤란을 겪었지만 크게 다친 이는 없었다. 해경에 따르면 이날 구조활동에 해양경찰 함정 18척과 해군 함정 4척, 관공선 2척, 소방정 1척 등 총 25척과 해양경찰 항공기 1대가 투입됐다.

사고 선박은 현재 사고가 난 지점에 닻으로 고정된 채 대기하고 있다. 해경은 17일 현장에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선사와 선장 등을 상대로 선박 안전관리에 관해서도 살펴볼 계획이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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