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연중기획] 규제OUT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부에 공개적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공유주방’에 대한 규제가 풀린 것에 감사를 표현한 건데, 규제 완화에 상의 회장이 직접 인사를 나선 일은 이례적이다.
위쿡 대표 등과 식약처 찾아 인사 #“공유주방, 골목식당 실험실 될 것”
공유주방은 공동으로 사용 가능한 조리 공간을 외식 자영업자에게 빌려주는 사업이다. 조리시설이 이미 갖춰진 주방을 이용하기 때문에 초기 창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근무 시간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그동안 식품위생법은 1개의 음식 사업자에게 별도로 독립된 주방을 요구했다. 그래서 기존 공유주방 서비스는 하나의 주방을 칸막이로 나누고, 조리용 설비도 각각 나눠놓아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통해 하나의 주방도 여러 사업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박 회장은 15일 오후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을 찾아 “공무원 한 분 한 분 다 업어드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식약처가 풀어준 공유주방이 골목식당의 실험실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공유주방이 골목식당이나 치킨집에 이르는 영세 스타트업들에게 큰 인기인데 샌드박스를 활용해 속도감 있게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루마다 430여개의 음식점이 생기고, 370여개가 폐업하는 게 외식업계의 현실”이라며 “공유주방이 ‘골목식당 실험실’ 역할을 톡톡히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도 했다.
상의는 이번 규제 완화가 다른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로까지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식약처의 공유주방 샌드박스 승인 사례가 산업·금융부문 규제 샌드박스로 더 퍼지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국민 편의를 위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규제 완화에 업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공유주방 업체인 위쿡의 김기웅 대표는 “식품·외식 자영업자를 위한 ‘인큐베이터’가 돼 식품·외식업계의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키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밝혔다. 공유주방을 이용하는 식품 스타트업 그래잇의 양승만 대표는 “스타트업에게 최소 5천만 원의 자금을 들여 공간을 얻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며 “이제는 월평균 30~90만원만 내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