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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업자 1명 파산에···800가구 전월세 보증금 떼일 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원룸에 사는 A씨(29)는 요즘 집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2개월 전 전세 계약이 끝났지만, 보증금 7000만원을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도 갈 수 없는 상황인데 집주인이 수도요금을 제때 내지 않아 건물 벽에 '급수 정지' 안내문까지 붙었다"며 "명백한 전세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세 이미지 [사진 위키트리]

전세 이미지 [사진 위키트리]

적은 돈을 투자해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에 나섰던 60대 임대사업자가 파산하면서 세입자 800여명이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
15일 수원시와 수원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최근 수원시 영통구 일대에서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피해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갭투자로 산 원룸 건물, 이자 등 못 갚아 경매 

임대사업자 B씨(60)의 파산이 원인이었다. B씨는 3년 전 영통구 원천동과 매탄4동, 망포동, 신도 등에 원룸 건물 26채(800가구 규모)를 사들였다. 매입비는 대출과 전세 보증금 등으로 충당했다. 그는 세입자들에게 5000만원에서 최대 1억4000만원의 보증금을 받고 방을 내줬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세입자가 줄면서 대출 이자를 제 떼 갚지 못하게 됐다. 계약이 끝난 세입자들에게 전·월세 보증금도 돌려주지도 못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만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사회초년생으로 B씨의 원룸 건물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주변에 밀집하면서 삼성전자 직원 상당수도 피해를 봤다.

결국 B씨가 소유한 원룸 건물 중 8채(238가구)는 경매에 넘어갔다.
일부 세입자가 B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경찰도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관련 자료를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니 출석을 연기해 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피해자 법률 지원 등 할 것"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수원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번 주 내로 도시주택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TF팀을 꾸려 정확한 피해 조사를 한 뒤 피해자들을 위한 법률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수원시는 B씨의 원룸 건물이 불법 용도 변경한 사실도 확인하고 지난 12일 이행강제금 7억7000여만원을 부과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피해가 커질 뿐 아니라 임대사업자가 의도적으로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어 긴급하게 피해자지원을 위한 TF를 구성하게 됐다"며 "세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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