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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환 피해 여성들 "휴대전화 안 터져 112 신고도 못해…2차 피해 심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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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간 등 혐의로 구속된 배우 강지환(42·본명 조태규)에게 피해를 본 여성들이 심각한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2차 손해를 입힌 이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배우 강지환. [일간스포츠]

배우 강지환. [일간스포츠]

피해자들의 국선변호인인 박지훈 변호사는 1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명인이 저지른 성범죄라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외주 스태프' 등 피해자들의 신상 일부가 알려졌다. 이로 인해 뒤늦게 딸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피해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꽃뱀'으로 몰아가는 등의 2차 피해다. 일부 언론이 피해자들이 외부 술자리가 끝난 뒤 2차를 위해 강지환의 집으로 갔다가 피해를 봤다고 잘못된 내용을 보도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2차 술자리를 위해 강지환의 집에 간 것도 문제"라는 등의 비난이 일부 나왔다.
강지환도 지난 1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피해자들이 기사 댓글을 통해 크나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이런 상황을 겪게 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통신 장애로 112 신고도 못 해" 

피해 여성들은 "처음부터 강지환의 집에서 회식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과 경찰 등에 따르면 강지환은 사건 당일인 지난 9일 소속사 직원과 스태프 등을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회식 이후 다른 일행은 중간에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당시 피해자들도 강지환에게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강지환이 "너희는 짐이 많으니 콜택시를 불러주겠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결국 집에는 피해자들과 강지환만 남았다. 일정이 바쁜 날 등은 스태프들이 강지환의 집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있어서 술에 취한 피해자들도 별 의심 없이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

 외주 스태프 여성 2명에 대한 준강간 혐의로 구속된 배우 겸 탤런트 강지환 씨가 지난 12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취재진에 심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외주 스태프 여성 2명에 대한 준강간 혐의로 구속된 배우 겸 탤런트 강지환 씨가 지난 12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취재진에 심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강지환은 이날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 술에 취해 한방에서 자고 있던 피해 여성들을 상대로 범행했다. 범행을 직접 목격한 피해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자 강지환은 방 밖으로 나갔다. 이후 피해자들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휴대전화로 외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연락이 닿질 않았다. 강지환의 집이 시내에서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특정 통신사만 통화 연결 등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른 통신사를 이용하고 있던 피해자들은 강지환의 매니저 등 소속사 관계자와 지인 등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모두 연결이 되지 않았다. 112신고 역시 불가능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작성한 모바일 메신저 내용 등에도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겨우 연결된 외부 와이파이(Wi-Fi)망을 이용해 지인에게 "도와달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보냈다. 강지환은 피해자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12일 형법산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혐의로 강지환을 구속했다.

 "댓글 등 2차 피해에 법적 책임 검토 중" 

강지환은 여전히 "당시에 술을 많이 마셔서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강지환이 당시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만취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일부 언론의 잘못되고 자극적인 보도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2차 피해를 보고 있다"며 "피해자들과 협의해 악성 댓글을 쓴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구속된 강지환을 상대로 보강 수사에 나섰다.
경기 광주경찰서 관계자는 "강지환은 '기억이 안 난다'며 계속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라며 "범죄 경위 등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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