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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그림 실력은 기본 협동 잘해야 좋은 애니메이션 만들 수 있죠' 김상진·홍성호 애니메이션 감독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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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소중 학생기자단이 로커스 스튜디오를 방문해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김상진·홍성호 애니메이션 감독을 만났다 . 왼쪽부터 김상진 감독·권소윤 학생모델·홍성호 감독·박규리 학생기자.

학생기자소중 학생기자단이 로커스 스튜디오를 방문해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김상진·홍성호 애니메이션 감독을 만났다 . 왼쪽부터 김상진 감독·권소윤 학생모델·홍성호 감독·박규리 학생기자.

방학 시즌이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애니메이션이 극장가를 찾아옵니다. 최근 큰 인기를 끈 ‘알라딘’이나 개봉을 앞둔 ‘라이온 킹’처럼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긴 영화도 나오죠. 이렇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권소윤(경기도 초림초 5) 학생모델과 박규리(경기도 신촌중 1) 학생기자가 로커스 스튜디오를 방문해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김상진·홍성호 애니메이션 감독을 만나봤습니다.

김상진(가운데) 감독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직접 설명해주고 있다. 여러 과정을 거친 후에야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다.

김상진(가운데) 감독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직접 설명해주고 있다. 여러 과정을 거친 후에야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다.

“여기가 우리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공장이에요.” 김상진 감독이 소중 학생기자단을 위해 직접 스튜디오를 안내했어요. 김 감독은 미국 월트 디즈니에서 20년간 애니메이터와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며 한국인 최초로 수석 애니메이터의 자리에 오른 인물입니다. ‘겨 울왕국’ ‘빅 히어로’ ‘라푼젤’ ‘모아나’ 등의 제작에 참여했고, 국내에서는 ‘겨울왕국’의 ‘엘사 아빠’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죠. 로커스 스튜디오에서는 김 감독이 국내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제작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레드슈즈’의 작업 현장을 볼 수 있었어요.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여기는 캐릭터·배경의 콘셉트 그림을 그리는 아트팀이에요.” 컴퓨터에는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 다음으로 제일 먼저 시각화 작업에 들어가는 스토리보드에 대해서도 설명해줬어요. “비주얼라이제이션(visualization) 단계죠. 글로 되어 있는 시나리오를 그림으로 연결했을 때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해보고,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들이 아이디어를 내 더 재미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단계입니다.”

다음으로 애니메이터들이 있는 공간으로 가 봤죠. 애니메이터(animator)의 사전적 의미는 ‘만화영화의 장면, 즉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요. 김 감독은 애니메이터에 대해 “영화로 치면 배우 같은 사람들이에요. 직접 연기를 해보고 그 연기를 캐릭터에 시키는 게 주된 일이다 보니 엔터테이너라 할 수 있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여러 과정을 거치며 색깔도 입히고, 음악·특수효과도 들어가요. 그렇게 완성되는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거죠. 작업 현장을 둘러본 후 김 감독과 ‘레드슈즈’의 홍성호 총감독에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에 대해 더 자세히 물어 봤습니다.

홍성호(왼쪽에서 셋째)·김상진 감독에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에 대해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홍성호(왼쪽에서 셋째)·김상진 감독에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에 대해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 원래 애니메이션 일을 하고 싶었나요.
사실 어릴 때는 애니메이터가 뭔지 몰랐어 요. 단순히 그림을 그려서 먹고 사는 화가가 되고 싶다, 이런 정도였죠. 애니메이터가 되기 바로 직전까지도 애니메이션에 대해 잘 몰랐어요. 직업을 선택하면서 애니메이션을 알게 된 거고, 그냥 그림을 계속 그려왔던 게 애니메이터가 될 수 있었던 거였죠. 만약 어릴 때 그림 같은 거 안 그렸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겠죠.

여러분 나이 때 과학자가 꿈이다가 좀 지나서는 비행사가 되고 싶었는데 눈이 나빠서 비행사가 못 됐어요. 꿈은 계속 변해요. 원래 광고 쪽 컴퓨터 그래픽 일을 했었는데요. 1995년 나온 ‘토이 스토리’ 1편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죠. 나도 이런 걸 만들어야지 생각했어요. 24년이 흘러 만들고 있는 거죠.

- 색맹을 이겨내고 애니메이터가 되셨다고 들 었어요.
학교 미술반에서 매일 그림을 그리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넌 색깔을 이상하게 쓴다고 그러는 거예요. 한 귀로 흘려 들었는데 입시 전 신체검사를 하면서 초록색과 빨간색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적록색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당시에는 색맹이면 미술대학에 지원을 못 했어요. 당연히 미대를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망했죠. 그림 공부만 하다가 관심도 없었던 경제학을 전공했어요. 그래도 미대 간 친구들 숙제도 도와주고 그림을 손 놓지는 않았죠. 같은 과 친구들은 은행· 기업 등에 취업하는데 전 넥타이 매고 출근 하기 싫었거든요. 조금이나마 그림과 연관된 걸 찾아보자 하다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가 있는 걸 알고 솔깃했죠. 그래서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김상진 애니메이션 감독

김상진 애니메이션 감독

-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힘든 건 내가 원하고 감독이 원하는 어떤 것을 잘 못 만들어내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두 번째로 나는 정말 잘한 거 같고, 감 독이 좋아할 거 같다며 보여줬는데 감독은 아니라고 할 때 힘들죠.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혼자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협동해서 각각의 파트를 책임지고 만드는 거라서 계속 상의하고 의견 나누고 그런 게 과정의 일부죠.

내가 원하는 표정과 연기가 있는데 김상진 감독이 못 만들어 줄 때 제일 속상하죠(웃음). ‘레드슈즈’를 만들면서 일주일 동안 3.5초를 만들 계획이었는데 1초밖에 못 만들었어요. 원래 계획보다 3배 이상 오래 걸린 거죠. 그런 점이 힘들었어요.

홍성호 애니메이션 감독

홍성호 애니메이션 감독

- 캐릭터나 영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사람들이랑 얘기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회의할 때 서로 설득하려고, 설득 안 당하려고 많이 싸우거든요. 근데 싸우다가 어느 순간 머리가 열리는 것처럼 깨닫는 경우가 있죠. 토론하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 모아나·라푼젤 등 당차고 씩씩한 여성 캐릭터를 많이 탄생시켰는데 그 탄생 과정이 궁금 해요.
스크립트를 읽고 캐릭터의 성격을 파악해요.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에 맞춰서 모양을 그리는 거죠. 감독은 씩씩하고 용맹하게 묘사 했는데 제가 함부로 성격을 바꿔서 디자인할 수는 없어요. 맞춰서 디자인해야 하는 의무가 있죠.  ‘모아나’의 베이비 모아나 같은 경우 개인적으로 참고한 게 있어요. 뭐 없을까 하고 인터넷도 찾고 하다가 우리 딸이 태어났을 때가 감독이 알려준 곱슬머리 이미지와 비슷한 거예요. 우리 딸이 태어날 때 머리숱이 많고 곱슬거렸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 사진을 많이 참고해서 디자인했죠.

-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제가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거의 매일 노트나 교과서 빈칸에 그림을 그렸던 거 같아요. 그림을 좋아하고 연습을 많이 하는 게 좋죠. 근데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과 개성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발견하고 색깔을 유지하세요.

- 디즈니가 원하는 인재상이 있다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파트가 있는데 그 파트에서 잘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와요. 얼마나 경쟁이 심하겠어요. 일단 실력이 좋아야겠죠. 또 몇 년 있다가 못 견디고 나가거나 해고당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경우 협동하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어요. 아티스트 중에는 나쁘게 말하면 독단적이고 좋게 말하면 자기만의 고집이 있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디즈니 같은 큰 회사에는 협동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어야 하니까 영어도 좀 잘해야겠죠.

- ‘김상진 스튜디오’를 차려 애니메이터 꿈나무들을 키울 마음은 없으신지.
그런 여유가 있으면 좋을 텐데 국내 사정으로는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량, 갓 졸업 해서 이 계통에서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역량을 먼저 키워줘야 할 거 같아요. 그래서 여러 작품이 만들어지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이 활성화되면 어린 친구들에게도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 두 분이 같이 작업한 ‘레드슈즈’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메시지도 분명하고 교육적으로도 좋은 착한 영화라고 사람들이 얘기해요. 웃기면서도 슬프기도 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밸런스가 좋은 영화니까 많이 봐주고 성원해 주면 앞으로 우리가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여러분이 극장에서 재미있게 봐주는 게 이 일을 하는 모든 스태프들의 바람이죠. 몇 년 동안 공들여서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봐주는 것 처럼 처량한 게 어디 있겠어요. 앞으로도 한국 애니메이션 많이 보고 싶으면 응원해주세요.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 취재=권소윤(경기도 초림초 5) 학생모델, 박규리(경기도 신촌중 1) 학생기자

학생기자 취재 후기

취재 전에는 애니메이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는데, 취재를 통해 애니메이터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인상 깊었는데요. 그림을 잘 그려야 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과 개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죠. 한국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 적이 없다고 하는데 ‘레드슈즈’가 많은 사랑을 받 았으면 좋겠어요.   권소윤(경기도 초림초 5) 학생모델

평소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해서 취재한다고 했을 때 설레었습니다. 로커스에 가서 여러 사람들이 속한 팀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며, ‘레드슈즈’를 제작하는 것을 보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말 여러 사람들의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협력을 통해 명작이 만들어지겠죠. 이번 취재를 통해 애니 메이션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에 대해 알게 돼 제 진로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레드슈즈’ 여주인공의 성격이 흥미로워서 나중에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규리(경기도 신촌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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