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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공필의 심모원려

디지털 시대의 혁신금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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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공필 금감원 블록체인자문단장

최공필 금감원 블록체인자문단장

우리 일상의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모바일 네트워크 기반 위의 모든 경제주체가 다양한 참여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소위 플랫폼 경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차세대 정보 생산과 활용의 핵심기반인 시장발전과 규제환경이 변화에 뒤처지면서 우리 금융의 모습은 아직 답보상태이다.

우선 중간고리 역할의 기존 방식에 의존하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플랫폼 경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과 지배구조도 칸막이식으로 남아있어 통합되어가는 위험요인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설사 위험요인을 인지한다 해도 위험감수에 나설 주체를 찾는 것도 어려운 도전이다. 당연히 위험자본과 인내자본의 구분이나 연결된 위험의 파악과 관리가 어려운 채로 단기 실적을 추구할 경우 금융의 근간마저 훼손될 수 있다. 일관성이 유지되기 어려운 예외규정과 유예조치들이 양산되기 때문이다.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을 기반으로 혁신적 금융을 통해 다양한 연관을 강화시키지 못한다면 금융억압과 축소균형의 후유증으로 연결되기 쉽다.

심모원려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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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연결이 점차 강화되면서 확장성(scalability)이 저하되지 않게 하려면 플랫폼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과 증강현실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차원의 투자가 이루어지려면  최대한 시장흐름에 밀착한 다양한 주체들의 다양한 참여가 필요하다. 영역확장을 위해서는 부동산에 편향된 시장생태계에서 벗어나 크립토 자산의 관리역량까지 갖추어야 한다. 모든 기업평가나 구조조정에도 환경요인과 미래지향적 관점이 중요해진다. 당연히 플랫폼 운영자의 독점화를 견제하고 공정한 시장여건을 유지하기 위한 자율규제와 네거티브 규제방식이 강화되어야 한다.

새로운 신뢰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참여자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변화는 적절한 규제환경과 민간주도 플랫폼 경제의 데이터의 분석과 활용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따라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혁신 금융도 최대한 다수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거대 시장과 접목되는 것이 당연하다. 모바일 네트워크의 발달로 새로이 형성되는 신뢰기반을 활용해야 아이디어가 미래 먹거리로 커나갈 수 있다. 전통적인 신용평가에서도 사회관계망 정보를 활용하는 세상이다. 따라서 모든 것이 연결된 시장에서 위험요인이 보다 투명하게 파악되고 걸러지려면 정부의 마중물 역할대신 데이터 관련 시장역량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일단 데이터 3법(신용정보, 개인정보보호, 정보통신망)의 통과가 절실한 이유이다.

이제라도 연결을 활용하여 불특정 다수가 언제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경제로 발전시키려면 혁신금융으로 지탱되는 시공간상의 전면적 재연결 작업이 필요하다. 첫째, 미래먹거리의 주체들이 기득권들의 눈치 안보고 마음껏 뻗어나갈 수 있도록 자유롭고 공정한 플랫폼 경제의 환경조성을 위한 법과 규제 및 조세체계를 개방적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미래 세상 주인들의 주인의식 발휘와 혁신금융에 필수적인 시장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가능해진다.

둘째, 데이터 연료의 활용으로 새로운 경험을 체득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를 도출해 개인정보보호 원칙을 속히 확립하고 일반인을 포함한 대대적 디지털 연수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혁신금융의 선순환 구조는 특정 소수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포획되지 않는 다수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공필 금감원 블록체인자문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