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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LAH 초도비행 성공과 항공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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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영국 출생의 축구천재 데이비드 베컴은 절묘한 각도와 빠른 속도로 꺾어 차는 기술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연습벌레인 베컴은 단체 훈련이 끝난 다음에도 남아서 개인 훈련을 계속 이어갔다. 이렇게 끈질긴 노력이 뒷받침되었기에 스타 선수 베컴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스포츠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축적이 필수적인 항공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차 대전에서 패전한 이탈리아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였다. 모든 군수산업체는 해체되었고 항공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영이 어려워진 항공업체는 소형 오토바이를 만들어서 겨우 파산을 면하였다. 그런데도 이탈리아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산 헬기의 연구개발을 독려하였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미국산 엔진을 얹은 소형 헬기를 독자 개발하여 1971년 초도비행에 성공하고 1975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이렇게 탄생한 A-109는 동급 기종보다 기동성이 뛰어나서 현재까지 인기리에 판매될 정도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탈리아는 미국, 프랑스와 더불어 서방 세계 3대 헬기 강국의 위치를 확보했다.

한국 정부도 미래의 성장산업으로 회전익기 관련 항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최초의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KUH)의 개발에 이어 지난 7월 4일에는 최초의 국산 소형무장헬기(LAH)가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2015년 6월에 개발을 시작해 2022년에 개발 완료할 LAH는 육군의 노후한 500MD와 AH-1S를 대체하여 지상전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주역이 될 것이다.

국내 항공산업은 그동안 군용기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KT-1, T-50 등 훈련기를 시작으로 KUH를 개발했으며, 축적된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형전투기(KF-X)와 소형무장/민수헬기(LAH/LCH)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군용기 중심의 기술과 인프라는 최근 첨단 민항기 구조물, 민항기 MRO 등 민수 영역으로 확대되며, 산업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226개에 머물던 항공 관련 중소기업 수는 2018년 336개로 늘었으며, 2030년 1,000개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인원도 2017년 기준 1만 4000여 명에서 2030년 17만여 명 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는 청년고용을 늘리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고용확대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전국이었던 이탈리아가 정부의 정책과 노력으로 항공산업 육성에 성공했듯 현 정부도 항공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여 첨단기술력 개발과 고용창출에 성공하길 바란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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