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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최저임금 두번째 사과 "1만원 공약 못지켜 안타깝고 송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된 데 대해 “3년 내(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며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상조 정책실장이 최저임금과 관련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대통령의 입장 및 정부의 대책방안등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상조 정책실장이 최저임금과 관련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대통령의 입장 및 정부의 대책방안등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한 지난 12일 오전 참모진들과의 회의에서 “경제환경, 고용상황, 시장 수용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위가 고심에 찬 결정을 내렸다”며 이처럼 말했다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정책실장이 진솔하게 설명해 드리고 경제부총리와 협의해 정부 차원의 보완대책을 차질없이 꼼꼼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김 실장은 밝혔다. 최저임금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은 올해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며 임기 내(2022년)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경제는 순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의 소득은 또 다른 누군가의 비용”이라며 “그 소득과 비용이 균형을 이룰 때 국민경제 전체가 선순환하지만, 어느 일방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때는 악순환의 함정에 빠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의 최저임금 인상 기조는 표준적인 고용 계약의 틀 안에 있는 분들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분명하다”면서도 “영세 자영업자와 소기업에 큰 부담이 됐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더구나 최저임금 정책이 이른바 '을과 을의 전쟁'으로 사회 갈등 요인이 되고, 정쟁의 빌미가 됐던 것은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가슴 아픈 상황이라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미친 부작용을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김 실장은 “이번 결정이 노정관계의 신뢰를 다지는 장기적 노력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노동계에 양해를 구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 임기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무산'이 소득주도성장 기조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김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은 현금 소득을 올리고, 생활 비용을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다양한 정책들의 종합 패키지”라며 “소득주도 성장이 곧 최저임금 인상 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추가 지원 대책은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률에 영향을 받는 일자리안정자금이나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 건강보험료 감면 등의 예산은 조정할 것"이라며 "근로장려세제(EITC), 한국형 실업부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같은 간접적인 방식의 소득지원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익위원 9명 중 6명이 사용자 안에 표를 던진 것과 관련, 청와대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부인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도, 의지도 없다”며 “공익위원들의 결정은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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