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말부터 미국 주요 10개 도시에서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을 예고했다. 해당 도시의 이민자들은 단속 작전에 대비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가는 한편 집회와 시위를 통해 트럼프의 이민 정책에 저항하고 있다.
일요일인 14일부터 시작될 미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작전이 예고된 도시는 애틀랜타, 볼티모어, 시카고, 덴버,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뉴올리언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10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당국이 일요일부터 전국 10개 도시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찾아내 그들의 나라로 돌려보낼 것"이라며 "우리는 단속을 합법적으로 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 수천 명을 단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CE의 단속 대상은 추방 명령이 내려진 불법 이민자 20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자 단체들의 두려움과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한 이민자연대 관계자는 "마치 허리케인에 대비하는 것 같은 분위기"라며 "커뮤니티 전체가 경보 상태에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이민자들은 직장에 일하러 나가도 되는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도 되는지 인권단체에 묻고 있다.
해당 도시들이 트럼프의 정책에 모두 협조적인 것은 아니다.
덴버의 마이클 핸콕 시장은 시 경찰국에 "ICE 요원들의 체포 작전에 협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핸콕 시장은 "시민권이 있는 아이들을 비인도적 조건에 남겨둘 순 없다"면서 "가족을 최대한 보호하는 게 임무"라고 강조했다.
LA, 마이애미 시 당국도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는 '피난처 도시' 정책을 선포한 상태다.
불법 이민자 5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휴스턴에서는 80개 이민자 커뮤니티 단체 대표들이 신속대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민자 권리그룹 '파일 휴스턴'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도 행동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LA 이민자 인권연대는 이민자 커뮤니티에 "단속 요원이 들이닥치더라도 문을 열어주지 말고 묵비권을 행사하라. 그리고 무대응하라"라고 지침을 전하면서 "판사가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 없이 ICE 요원들이 집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