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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오면 살아선 집으로 갈 수 없는 곳, 요양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인춘의 웃긴다! 79살이란다(37)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요양원에 면회 와서 서 있는 가족의 위치를 보면 촌수가 딱 나옵니다.
침대 옆에 바싹 붙어서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이것저것 챙기는 여자는 딸.
그 옆에 뻘쭘하게 서 있는 남자는 사위.
문간쯤에 서서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사내는 아들.
복도에서 휴대폰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자는 며느리지요.

오늘날의 요양원은 노인들의 고려장 터가 되고 있습니다.
한번 자식들에 떠밀려 이곳으로 유배되면
살아서는 다시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지요.

이곳은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가기 싫다고 해서 안 가는 곳도 아닙니다.
늙어 병들면 정신이 혼미해지지요.
이때부터 자식들과 대화가 단절되기 시작하면
갈 곳은 여기밖에 없습니다.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하니까요.

어느 요양원의 의사가 했다는 말이 나의 뇌리를 아프게 때려온다.
물론 요양원은 어느 면에선 긍정적인 부분도 많이 있지만
한편으론 잘못된 세태 상으로 부정적으로만 부각되고 있는 점도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79해.
끝내 인생의 막바지까지 온 나 자신.
정신이 혼미하기 전에 깨끗하게 삶을 떠날 수는 없을까?
그것이 바로 나 자신에게도,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도 깔끔할 텐데….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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