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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 준비 촉박한데 왜 평가표 빨리 안주나"…탈락한 자사고 불만

중앙일보

입력

서울 13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운영평가(재지정평가) 결과가 발표된 9일 오후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으로 청문 대상 학교가 된 강동구 배재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운동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13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운영평가(재지정평가) 결과가 발표된 9일 오후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으로 청문 대상 학교가 된 강동구 배재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운동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육청이 재지정평가를 거쳐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취소한 8개 학교로 세부항목 점수가 포함된 평가표를 15일 발송한다. 하지만 해당 자사고 교장들은 "청문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불만을 제기했다.

지정취소된 서울 자사고, 청문 기간 22~24일 #서울교육청 "세부 평가표, 빠르면 15일 발송"

앞서 9일 서울시교육청은 13곳의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8개 학교의 자사고 지위를 취소했다.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이 지정취소된 학교다. 이날 교육청은 재지정 평가 대상이었던 13개 학교에 평가 총점과 6개 영역별 점수, 평가 심의위원의 총평만 공개하고 32개 세부 항목별 점수는 알려주지 않았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려면 3단계 절차를 거친다. 첫번째는 시·도 교육청의 재지정평가다. 5년마다 시행되는데, 이 평가에서 기준점에 못 미치면 '지정취소'를 통보받는다. 두번째는 교육청의 청문 절차다. 지정취소된 학교들의 의견을 듣는 소명절차다. 마지막으로 교육부가 지정취소에 동의하면 일반고로 전환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22~24일 두번째 단계인 청문 절차를 진행한다. 지정취소를 통보받은 8개 자사고 교장들은 "무엇 때문에 떨어졌는지 이유를 알아야 청문에서 소명할 내용과 방어 논리를 만들 텐데, 시교육청이 평가표를 주지 않으니 청문 준비를 시작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회장(전 중동고 교장)은 "이미 완료한 평가표 발송을 미루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교육청이 자사고의 청문 준비를 의도적으로 방해한다는 의심을 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대광고 교장)도 "교육청이 12일까지 세부 점수표를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면서 "학교 입장에서는 한시가 급한데, 교육청이 미적거리니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13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르면 15일 학교별로 세부 항목별 점수를 포함한 평가표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학교별로 평가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는데, 한꺼번에 일괄 발송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2019년 자사고 평가 결과 [연합뉴스]

2019년 자사고 평가 결과 [연합뉴스]

8개 자사고는 교육청 청문 절차까지는 각 학교별로 대응할 방침이다. 학교마다 세부 항목별 점수가 제각각이니 방어 논리도 학교별로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이후 교육부 결정까지 마무리되면 공동 대응 체제로 전환해 행정 소송을 준비한다. 김철경 회장은 "현재 각 학교별로 변호사를 통해 청문을 준비 중이며, 행정 소송에 대비해 대형 로펌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교육부까지 자사고 지정취소에 동의하면 곧바로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할 것"이라면서 "여러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거친 결과 이미 교육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일반고로 전환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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