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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 학교에 인공지능(AI) 영어말하기 도입...효과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서울행림초 학생들이 이삭 교사가 '학생들의 영어 말하기 학습 극대화'를 목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영어 말하기를 연습하고 있다.

서울행림초 학생들이 이삭 교사가 '학생들의 영어 말하기 학습 극대화'를 목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영어 말하기를 연습하고 있다.

지난 5일, 교육부는 ‘초등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계획’을 발표했다.

공교육 현장에서도 이미 활용 중 #발음 교정과 흥미 유발이 큰 장점 #초급에 효과적 … 중급부턴 글쎄

주요 내용 중 첫 번째가 학교 현장에 도입하는 'AI(인공지능)로 영어 말하기 연습 시스템' 개발이다. 인공지능과 1:1로 대화를 연습하고 학생별로 맞춤형 영어콘텐츠를 추천해 듣기·말하기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교육부는 EBS와 올해 하반기에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내년에 시범학교에서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AI에겐 실수해도 부끄럽지 않아

“학생이 영어로 말할 때 선생님이나 친구가 지적하면 위축돼요. 그러나 AI는 가상의 존재기 때문에, 학생이 어떤 실수를 해도 다시 말을 할 수 있게끔 무한대로 피드백을 줍니다. 학생은 자기가 틀리더라도 부끄러워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다시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죠.”(이삭 교사)

서울 행림초 이삭 교사(영어전담)는 올해 초부터 음성인식 챗봇(AI)을 교내 4학년부터 6학년 수업시간에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과서에 나온 단어나 문장 표현들을 챗봇과 함께 연습한다. 서울교대에서 인공지능 챗봇 연구로 박사과정을 진행 중인 이 교사는 지난해 이 챗봇을 직접 개발했다. 구글·아마존의 인공지능은 학생들의 교과 수준과 맞지 않아 맞춤식으로 제작했다.

AI로 영어수업을 진행하면서 얻게 된 소득 중 하나는 학생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주의집중력이 짧고 멀티미디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초등학생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AI는 영어 말하기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한 학습 도구 중 하나“라며 “교사가 교수학습 도구로 적절하게 활용하면 말하기 연습을 극대화한 수업을 만들 수가 있다”고 말했다.

초급자 실력 향상에 유용…. 중급 이상은 미지수

서울행림초 학생들이 이삭 교사가 '학생들의 영어 말하기 학습 극대화'를 목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영어 말하기를 연습하고 있다.

서울행림초 학생들이 이삭 교사가 '학생들의 영어 말하기 학습 극대화'를 목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영어 말하기를 연습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1:1 영어 말하기 시스템은 초급 학습자에게 효과적이다. 20년 전 이미 인공지능 영어 말하기 시스템을 개발한 이력이 있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성원용 교수는 “인공지능은 짧은 문장으로 이뤄진 문답을 잘하기 때문에 초급 수준의 영어 듣기·말하기 실력을 향상하기에 유용하다”며 “인공지능의 인식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제한된 단어나 문장만 활용해 여러 가지 재미있는 형태로 만들면 영어의 말하기·듣기 공포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몇 살이야?’라고 질문할 때 학생이 ‘10살’이라고 답하면 ‘3학년이니?’라는 식으로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음성을 질문으로 인식해, 자동으로 답을 생성한 뒤 그 답을 음성으로 바꿔 다시 사람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다.

인공지능은 아직 길고 복잡한 문장이나 문맥을 이해하는 데는 서툴다. 성 교수는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고급자 학습자는 곧 흥미를 잃게 된다”며 “초급 이상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읽기 능력이 중요한데, 여기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서울교대 영어교육과 홍선호 교수 역시 “현재 AI 영어 말하기 시스템의 장점 중 하나가 학생이 발음을 정확하게 할 때까지 반복 학습시켜 정확성을 향상하는 것”이라며 “이 장점이 동시에 AI 학습의 한계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들의 의사소통에서는 정확성이 중요한 요건이지만, 인간이 언어를 배울 때는 자율성과 유창성, 임의성이 더 중요하다”며 “기계적으로 정확하게 짧은 단어나 문장의 발음을 훈련하는 초급 말하기 수준을 넘어,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임의로 말하고 교정하는 중·고급 단계의 말하기 학습은 아직 AI가 사람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맞춤식 서비스 위한 데이터 확보에 시간 걸려

현재 ‘AI 영어 말하기’ 시스템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공·사교육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게임 형식의 인공지능 방식을 활용한 영어 말하기 프로그램이 가장 흔한 형태다. 가상의 공간에서 캐릭터를 생성하고 스토리에 따라 주어진 문장이나 단어를 말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이다. 구글이나 아마존의 인공지능을 활용해 영어 말하기 연습을 하는 어학원도 적지 않다.

AI 시스템을 사용해 본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장단점도 인터넷카페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주로 게임형식이라 아이가 게임에만 집중한다거나 인공지능이 아이 말을 잘 못 알아듣는다는 내용이 공통적인 단점으로 거론된다.

교육부 이인숙 교육연구사는 “인공지능이 아이 말을 인식하느냐 정도는 받아들이는 예민도를 조정하면 해결될 문제”라며 “학습 흥미도 유지를 위해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는 일부 들어가겠지만, 기본적으로 교과서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설계될 것이고 시중에 존재하는 게임방식과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활용한다고 밝힌 콘텐츠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영어항목과 교과서, EBSe 영어 콘텐츠에서 추출한 단어와 문장, 대화 연습, 발음 교정 등이다. 이중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 중 ‘학습자 데이터 분석에 따라 수준별 말하기 연습’을 제공하는 식의 서비스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2011년 출시된 게임형 인공지능 영어 말하기 프로그램의 콘텐츠를 총괄 기획·설계했던 영어교육전문가 이근철(이근철 언어문화연구소) 소장은 “AI는 필요한 데이터가 쌓여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며 “단순히 학생들이 영어를 말하는 자료가 아니라, 어떤 시점에서 어떤 말 하기 실수를 하는지에 대한 자료가 쌓이는 시기까지는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은 객원기자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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