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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개 먹지말라"는 킴 베이싱어…옆엔 개고기 시식회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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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겸 동물권 운동가 킴 베이싱어가 초복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9 복날추모행동에서 개 도살 금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할리우드 배우 겸 동물권 운동가 킴 베이싱어가 초복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9 복날추모행동에서 개 도살 금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 유일하게 식용 개 사육 농장이 있는 곳이다. 여러분이 바꾸면, 모든 게 바뀐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식용 개 거래 금지’를 축하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오고 싶다"

할리우드 배우 킴 베이싱어가 “목소리 없는 개들을 대신해 '식용 개 거래 금지'를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1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9 복날 추모 행동’에 참석해 “개들은 슬퍼해 주기보다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식용 개 거래 금지를 위해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용감하게, 과감하게 나서달라”고도 했다.

복날, 국회 앞 개 식용 찬반집회 맞불 #"개고기 사세요"vs"개를 그만 먹어라!"

그는 "나도 입양한 개 두 마리, ‘행크’와 ‘앨리’를 기르고 있다"며 "몇 년 전 한국의 식용 개 농장의 실태를 처음 듣고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먼 길을 날아왔다”고 했다.

발언을 마친 킴 베이싱어가 여의도 교통섬에서 생활 중인 양산 개 농장 구조견을 쓰다듬고 있다. 김정연 기자

발언을 마친 킴 베이싱어가 여의도 교통섬에서 생활 중인 양산 개 농장 구조견을 쓰다듬고 있다. 김정연 기자

복날, 국회 앞 '개 식용' 찬반 집회엔 외신도 몰려 

복날인 1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 동물해방물결, LCA등 동물권 단체들이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동물 임의도살 금지법)'의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정연 기자

복날인 1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 동물해방물결, LCA등 동물권 단체들이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동물 임의도살 금지법)'의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정연 기자

이날 초복을 맞아 동물해방물결 등 국내 동물권 단체와 미국 동물권단체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ast Chance for Animals) 등 50여 명이 국회 앞에 모였다. ‘개 도살 금지’가 앞뒤로 쓰인 티셔츠를 입고, 아이를 데리고 함께 나온 사람도 있었다. ‘개 학살 방관자 국회 농해수위’ ‘개 학살 방관자 박완주, 경대수, 강석진, 김정재, 김현권, 김현미, 손금주, 윤준호’ 등 플래카드를 들기도 했다. 카메라 20여대, 외신기자 등 취재진 4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개 도살 금지와 ‘임의도살 금지법’ 통과를 촉구하며 지난 1월 19일 경기 김포시 한 개농장 인근에서 전기도살된 채 발견된 사체를 본떠 만든 모형을 쌓아놨다. 킴 베이싱어는 개 사체 모형을 손에 들고,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손에 든 개 사체 모형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는 "국회와 정부가 방관한 개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이 실태를 보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지난해 6월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농해수위가 1년간 심사를 미뤄 그동안 100만 마리 개가 더 도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6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달라' '동물도살금지법 지지' 청와대 국민청원이 각각 20만 서명을 넘겼고, 청와대 측에서도 '변화된 사회 인식을 인정하고,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단계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나 구체적 이행 계획이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LCA 대표 크리스 드로즈도 "식용 개 거래 금지는 전 세계적인 변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화는 여기 한국에서, 지금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개고기 사세요!” vs “개를 더는 먹지 마라!”

복날인 12일 대한육견협회 측은 국회 앞에서 '개고기 옹호'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장에 개고기를 가져다 놓고 시식행사도 열었다. 김정연 기자

복날인 12일 대한육견협회 측은 국회 앞에서 '개고기 옹호'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장에 개고기를 가져다 놓고 시식행사도 열었다. 김정연 기자

이날 반대쪽에선 대한육견협회 소속 30여 명이 모여 ‘1천만 식용 합법 축산물 개고기 옹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개고기 사세요!”라고 외치고, 행사 도중에 개고기를 가져다 놓고 직접 먹기도 했다.

동물해방물결 측이 “지금 반대쪽에서 개고기 시식행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고 알리자 모여있던 사람들 사이에선 “어후~쯧쯧”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식용목적 개 도살 금지하라!” “개를 더는 먹지 마라!”며 개시식에 항의했다.

대한육견협회 측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전시한 개고기를 직접 먹기도 했다. 김정연 기자

대한육견협회 측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전시한 개고기를 직접 먹기도 했다. 김정연 기자

동물해방물결 측은 “한 나라의 도덕적 수준은 그 나라의 동물이 받는 대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며 “개 식용 논쟁에 뛰어들어 한쪽의 표를 잃을까 봐 몸을 사리는 국회의원들을 규탄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국회 농해수위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날 오후에는 동물행동권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가 대구 칠성 개시장 폐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소위 '전국 3대 개시장' 중 성남 모란시장, 구포시장의 개 판매는 금지됐다"며 "대구시는 개 식용 산업의 마지막 거점이 대구에 남아있는 걸 부끄럽게 여기라, 개 도살장을 철폐하고 개시장을 없애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동물해방물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 식용 반대 의견은 46%, 찬성 의견은 18.5%였다. 실제로 2016년 12월 수원 모란시장이 개 판매를 중단한 이후 2018년 11월 모란시장 인근 도살장이 철거됐다. 지난달 11일에는 부산 구포 개시장도 개 판매를 중단하는 등 식용 개 산업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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