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출마하십니까?”
9일부터 11일까지 이어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사흘 내내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정치권에선 "현직 국무총리의 총선 출마 여부가 이토록 화제가 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9일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와 동시에 일부 국무위원과 총리의 총선 출마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며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때까지 책임지고 앞장서야 한다는 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총리는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스스로 저의 정치적 거취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10일 임이자 한국당 의원도 “힘든 상황 속에서 총리 출마설이 나도는데 21대 총선에 출마하냐”고 물었다. 이 총리는 “현재로서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임 의원이 “앞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냐”고 재차 묻자 이 총리는 “제가 계획을 세울 처지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대통령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겠느냐”고 또 묻자 “그러시기야 하겠습니까”라고 답했다.
11일에는 박명재 한국당 의원도 “11월경 총리직에서 물러나 여당 사령탑이 돼 내년 총선을 지휘할 거라는 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 총리는 “저는 아는 바가 없다. 여러 의견 중 하나일 것”이라고 답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이 총리를 두고 현재 여권에서는 '이낙연 총선 역할론'과 관련, 여러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총리는 당의 주요 자산이기 때문에 공동 선대위원장, 비례대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총선 출마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홍 부총리는 “저는 전혀 관심 없다”고 말했고, 최 위원장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질문자는 한국당 비례대표인 임이자 의원이었다. 임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본회의장 민주당 객석에선 “왜 그런 질문만 던지느냐”는 소리가 나왔다.
반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0일 김현아 한국당 의원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시냐”고 묻자 “나갈 계획이다. 김 의원님이 (제 지역구에) 자주 다니시는 거로 안다”고 맞받아쳤다. 3기 신도시가 발표된 직후 김 장관의 지역구(경기 고양정)에선 김 장관을 향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데, 이에 한국당에선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을 "김현미 저격수로 투입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총선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확고하게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현재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7월 중하순, 늦어도 8월 초 중폭 개각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역 의원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출마 채비를 위해 당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현재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갑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 총리는 9일 개각과 관련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질문에 “(개각) 준비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다. 선거에 출마할 분들은 선거 준비를 하도록 보내드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