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참사로 기록된 체르노빌 원전 제4 원자로를 덮어씌운 추가 방호 덮개의 가동에 들어갔다.
새롭게 추가된 방호 덮개는 높이 105m, 길이 150m, 폭 260m의 아치형 철제 구조물이다. 이 방호 덮개 설치는 2015년까지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재원 확보 어려움으로 2018년 5월까지 지연됐다.
지난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방출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원전 인근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한 최악의 참사였다. 당시 미숙하고 뒤늦은 대처로 36시간이 지나서야 인근 프리아트 주민 5만여 명이 대피했고, 1년 만에 사고의 직간접 영향으로 2만5000여 명이 사망한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됐다. 원전 반경 30km 지역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금지 구역'으로 묶였고 '유령도시'가 됐다.
당시 소련 당국은 사고 7개월 뒤에서야 폭발한 원자로 4호기 잔해와 오염물질을 콘크리트로 덮어씌우는 응급처치 작업을 완료하면서 방사성 물질 유출을 차단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우려가 커지고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이 고조됐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과 다른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기존 콘크리트 방호벽 위에 100년을 버틸 수 있는 추가 철제 방호 덮개를 설치하는 작업을 지난 2010년부터 벌여왔다. 국제사회는 이 프로젝트 실행을 위해 15억 유로(약 1조9천800억원)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체르노빌에서 열린 추가 방호 덮개 가동식에 참석해 현장을 둘러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체르노빌 출입제한구역을 앞으로 우크라이나 경제성장을 위한 잠재적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 오늘 나는 체르노빌 금지구역을 새로운 우크라이나 건설의 성장 포인트로 변화시킬 새로운 선언문에 서명했다"면서 "이곳을 사람들의 공포 대상이 아니라, 마침내 과학과 관광의 중심지, 자유의 땅, 새로운 우크라이나의 상징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환경부에 따르면 2015~2018년까지 체르노빌 지역을 찾아온 관광객의 수는 8000명에서 7만명으로 거의 9배 늘어났다. 관광객들이 늘고 있는 것은 원자로를 철제 돔으로 덮는 과정에서 주변 방사성 물질이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현재 일부 지역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은 특별한 장비나 복장을 갖추지 않고도 들어 갈 수 있다.
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