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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도하장비 우리가 최고"···현대·한화 5000억 군납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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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대표 방위산업체인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가 5000억원 규모의 자주도하(自走渡河) 장비 선정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현대로템, 한국형으로 AAAB 개량 #한화디펜스, 이라크전 M3 내세워 #방산 맞수대결 내년 2~3월 판가름

최근 군의 신규 지상 장비 입찰이 거의 없었던 데다 기존 장비의 교체 요구가 많던 분야여서 방산업계에선 누가 최종 선정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달 말 군 자주도하장비 기술협력개발사업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번 입찰에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가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방산업계에선 군 지상장비 간판업체인 현대로템(K2 전차)과 한화디펜스(K9 자주포)가 정면 대결하는 것만으로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의 자존심 경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자주도하장비는 작전 중 전차·장갑차 등 기동부대가 하천을 건널 수 있도록 돕는 차량이다. 여러 대를 연결해 교량처럼 활용할 수도 있고 개별적으로 기동부대를 싣고 수상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현재 군에서는 도하작전에 리본부교(Ribbon bridge system)를 운용 중인데, 교량구축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식 장비여서 자주도하장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9~10월 두 차례에 걸쳐 사업설명회를 열어 자주도하장비 국산화 계획을 본격화했다.

두 업체의 자주도하장비는 비슷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각각의 특성을 갖고 있다. 차량 1대로 장비운송과 교량구축까지 할 수 있고, 교량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병력을 줄일 수 있어, 작전 상황에서 생존확률도 높일 수 있다.

현대로템이 개발하는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AAAB. 한국과 지형이 비슷한 터키에서 전력화 경험이 있어 한국 군 작전에 유리하다는 게 현대로템 측의 설명이다. 런플랫 타이어, 수상 주행시 360도 회전 기동 기능 등 첨단 장비를 장착했다. [사진 현대로템]

현대로템이 개발하는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AAAB. 한국과 지형이 비슷한 터키에서 전력화 경험이 있어 한국 군 작전에 유리하다는 게 현대로템 측의 설명이다. 런플랫 타이어, 수상 주행시 360도 회전 기동 기능 등 첨단 장비를 장착했다. [사진 현대로템]
현대로템이 개발하는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AAAB. 한국과 지형이 비슷한 터키에서 전력화 경험이 있어 한국 군 작전에 유리하다는 게 현대로템 측의 설명이다. 런플랫 타이어, 수상 주행시 360도 회전 기동 기능 등 첨단 장비를 장착했다. [사진 현대로템]

현대로템은 글로벌 방산업체인 영국 BAE시스템 미국법인과 터키 방산업체 FNSS가 공동 개발한 ‘AAAB(Armored Amphibious Assault Bridge)’를 한국형으로 개량해 응찰한다.

바퀴 16개가 달린 차륜형 장비로 펑크가 나도 주행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를 장착하고 운용 지형에 따른 차량 높이 조절 장치가 달렸다. 수상 주행 때에는 360도 회전할 수 있게 하는 ‘펌프 제트’ 등 첨단 사양이 장점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터키는 4계절이 뚜렷하고 하천·산지 등 지형이 한국과 유사하다”며 “터키에서 안정적으로 전력화돼 운용 중이라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화디펜스의 한국형 M3 자주도하장비. 세계 10여개국에서 전력화됐고 실전경험도 갖췄다는 게 한화디펜스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훈련에서 세계 최장(350m) 부교 구축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사진 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의 한국형 M3 자주도하장비. 세계 10여개국에서 전력화됐고 실전경험도 갖췄다는 게 한화디펜스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훈련에서 세계 최장(350m) 부교 구축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사진 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의 한국형 M3 자주도하장비. 세계 10여개국에서 전력화됐고 실전경험도 갖췄다는 게 한화디펜스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훈련에서 세계 최장(350m) 부교 구축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사진 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는 실전과 전력화 과정에서 검증된 장비임을 강조한다. M3는 독일 GDELS가 개발해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가 인수한 자주도하장비다.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실전 운용 경험이 있고, 영국·독일·대만·싱가포르 등에서 전력화했다. 2016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대 연합훈련 ‘아나콘다’에서 총 길이 350m 부교를 가설해 세계 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M3는 10여 개국 이상에서 이미 전력화해 운용 중인 검증된 장비라는 점이 장점”이라며 “다양한 기후와 지형에서 운용할 수 있고 경량화를 통해 기동성능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방위사업청은 장비의 기술력(80%)과 가격(20%)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업 주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지(독일·터키) 군에서 장비가 어떻게 운용되는지를 보는 현지 평가 등도 거친다는 방침이다. 방산업계는 오는 10월쯤 평가가 마감되면 내년 2~3월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동현·오원석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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