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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관제민족주의로 똘똘 뭉친 온 정권이 반일 외치다 망국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드루킹 김동원 씨가 지난 1월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드루킹 김동원 씨가 지난 1월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50)씨가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자신이 김경수(52) 경남도지사에게 일본 대사나 오사카 총영사 자리추천을 요구한 것은 자력으로라도 일본과의 외교통로를 확보해보려 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또 문재인 정부의 대일 정책에 대해 “선악 이분법으로 일본과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조용현)는 10일 오후 2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 등 10명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드루킹은 재판 중 주어진 최후진술 기회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 말하기보다 현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 비판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관제 민족주의로 똘똘 뭉친 정권…나라 망국으로”

드루킹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 외교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했다”며 “문 대통령 측근에게 일본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들은 일본이라는 말만 나오면 질색했다”고 말했다.그는 지금의 일본과의 관계를 파탄으로 만든 것은 정부 탓이라며 "대법원장이나 일본과 관계 회복하려 한 정치인이나 저 같은 사람을 모두 감옥에 넣고 관제 민족주의로 온 정권이 똘똘 뭉쳐 반일 외치다 나라가 망국으로 가는 게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드루킹 자신이 지난해 초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 파탄에 대해 논의할 때 안 전 지사가 “외교가 우려스러워 일본과 대화하고 싶지만 친일파로 몰리는 게 두렵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주장한 자신이나 안 전 지사, 강제징용사건 선고 시간을 끌었다는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공교롭게도 모두 구속돼 있다는 취지다.

드루킹은 “잉어도 피라미도 다 살았던 붓도량. 맑은 물 흘러들지 않고 더러운 물만 흘러들어 기세를 잡은 미꾸라지 놈들 용트림할 만할 오늘”이라는 내용의 오현 스님의 시 <오늘>을 읽으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허익범 특검, 드루킹에 1심보다 높은 징역 8년 구형 

드루킹 일당은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댓글 140만여개의 공감ㆍ비공감 클릭을 조작한 혐의와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에게 총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를 맡았던 허익범 특검팀은 김씨에게 댓글조작 등 혐의로 징역 7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더해 모두 8년을 구형했다. 1심보다 구형량이 1년 늘어났다. 특검은 핵심 공범인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아보카’ 도두형(62) 변호사에 대해서는 징역 3년 10월을 구형하고, 나머지 드루킹 일당에 대해서는 재판부에 “양형이 부당하다는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은 “댓글 순위 조작은 피해 회사들의 업무를 방해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온라인 여론형성 기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김씨의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유죄로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은 또 “김씨가 8만건 넘는 온라인 기사의 댓글 순위를 조작하는 등 범행 기간과 양이 상당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죄가 되지 않는다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드루킹은 1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김 지사는 4월 보석이 허가돼 구속된 지 77일 만에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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