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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술 마시는 재미 없다면…" 내 요리가 아내를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26·끝)

콩나물 해장국은 맛있으면서 영양소를 갖추고 있고 칼로리가 낮아 살도 찌지 않는 음식이다. 술 먹고 나서 해장하는데도 일등공신이다. [사진 pxhere]

콩나물 해장국은 맛있으면서 영양소를 갖추고 있고 칼로리가 낮아 살도 찌지 않는 음식이다. 술 먹고 나서 해장하는데도 일등공신이다. [사진 pxhere]

콩나물 해장국과 북어 해장국 그리고 저녁에 곁들이는 술. 나는 여기에서 술이란 단어보다 건강과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떠올리고 있다. 술이라는 게 과하면 문제지만 적당하면 늘 행복감을 주는 최고의 음식이 아니던가. 또 이들 해장국은 맛있으면서 영양소를 다 갖추고 칼로리가 낮아 살도 찌지 않은 음식이다. 술 먹고 나서 해장하는데도 일등공신이다.

평소 나는 먹는다는 게 인생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많이 생각해 보았다. 음식을 하고 끼니를 차리면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밥을 하면서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나로서는 밥을 하고 식탁에서 함께 먹는다는 게 생존이자 행복이다. 단순히 살기 위해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 백 세의 초 고령 시대에 맞춰 건강하게 살자는 것이고 이왕 사는 것 하루하루를 부부간에 행복감으로 충만해서 보내자는 것이다. 부부를 비롯해 가족이 행복해지려면 원만한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하는데 식탁에서 그 해답이 있을 수 있다. 바로 내가 삼시세끼를 직접 만들겠다고 자청한 근본적인 이유다.

1990년 즈음 취재차 전주에 갔다가 콩나물 해장국을 먹고 반했다. 그 뒤에 제주도에 내려가 오징어가 들어있는 콩나물 해장국을 맛보고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요즘은 아내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사진 pxhere]

1990년 즈음 취재차 전주에 갔다가 콩나물 해장국을 먹고 반했다. 그 뒤에 제주도에 내려가 오징어가 들어있는 콩나물 해장국을 맛보고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요즘은 아내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사진 pxhere]

맛있는 밥을 해서 아내와 같이 먹고 술 있는 저녁을 만들자는 소박한 생각일 수도 있고, 건강하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해로하자는 원대한 욕심일 수도 있다. 이런 데 가장 잘 맞는 음식 중 하나가 콩나물 해장국이다. 콩나물이라는 게 식이섬유와 양질의 탄수화물 및 식물성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또 다량의 알긴산을 갖고 있어 술 깨는 데 도움이 된다. 콩나물 해장국은 누구나 어려서부터 집이든 밖이든 쉽게 만날 수 있던 음식이고 비교적 만들기도 쉽다.

내가 콩나물 해장국에 반하게 된 것은 1990년 정도인 것 같다. 당시 고 김대중 대통령이 평민당 총재를 하던 시절 기자단의 한 명으로 전주행사에 따라갔다가 유명한 욕쟁이 할머니의 삼백집에서 아침으로 콩나물 해장국을 들고 콩나물국도 맛있는 요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때 전주 콩나물국밥에 매료되어 이를 먹기 위해 전주에 내려가 삼백집은 물론 웽이네, 현대옥 등을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먹게 된 것은 2007년 한국여자 골프협회 전무시절 골프대회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가 우연히 새벽 산책하러 나갔다가 아침에 해장국을 먹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날따라 음식 내용물을 유심히 살피게 됐는데 오징어가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콩나물 해장국을 일반 콩나물국과 다른 차원의 음식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오징어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그 뒤로 내 나름의 콩나물 해장국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데 이게 요즘은 아내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북엇국에는 황태채뿐 아니라 두부, 달걀, 콩나물 등이 들어가 밥을 조금만 곁들여도 한 끼 식사로 훌륭하다. [사진 민국홍]

북엇국에는 황태채뿐 아니라 두부, 달걀, 콩나물 등이 들어가 밥을 조금만 곁들여도 한 끼 식사로 훌륭하다. [사진 민국홍]


<삼식이 레시피>
우선 콩나물은 뿌리가 길고 통통한 것으로 200g 준비한다. 황태와 다시마로 준비한 육수에 콩나물과 물에 씻은 묵은지나 신 김치를 넣고 끓이다 잘게 썬 생물 오징어 1마리를 넣어준다. 대파, 청양고추, 다진 마늘을 추가하고 새우젓 1 큰 술로 간을 맞춘다.

콩나물 해장국 한 대접에 밥 반공기만 먹어도 포만감이 오고 단백질, 탄수화물, 식이섬유를 적절하게 흡수할 수 있으니 다이어트에 최고다. 발효식품인 김치와 새우젓의 오묘한 감칠맛에 오징어의 맛까지 더하니 그 맛은 어쩌면 처음부터 보장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황태해장국은 강원도 속초에 놀러갔다가 한계령을 넘어 돌아오는 길에 먹은 게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있어 가급적 그 당시를 기억에 떠올리면서 만들고 있다.

우선 프라이팬에 들기름 1큰 술을 두르고 황태 채(200g) 와 무(100g)를 볶는다. 황태 채는 달걀 물(2개)에 적시어둔다. 볶은 무, 콩나물 1백g, 다시마, 고춧가루 1큰 술을 넣고 끓이다가 두부 3백g과 달걀 물에 적신 황태 채를 넣어 다시 한소끔 끓인다. 청양고추 2개, 다진 마늘(4개), 대파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표고버섯을 넣어도 좋다. 황태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무의 시원함이 잘 어울리고 들기름의 고소함과 고춧가루의 얼큰함이 그 맛을 배가시킨다.

술은 때때로 부부 사이에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매개체가 된다. 행복을 가져오는 최고의 음식이기도 하다. [사진 pixabay]

술은 때때로 부부 사이에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매개체가 된다. 행복을 가져오는 최고의 음식이기도 하다. [사진 pixabay]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 단단한 체형을 유지하면 살아가는데 당당해지고 보람을 느끼지만,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 것 같다. 부부 중심으로 말하자면 서로 늘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아껴주는 게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같은 생각을 갖게 되어 행복감을 느끼는 법이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바로 술이다. 행복을 가져오는 최고의 음식이기도 하다. 나는 밥하는 삼식이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 구상한 게 아내를 술 먹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술도 거의 먹지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아내가 술을 좋아하게 만드는 게 가능할까? 그때 떠올린 사람이 있다. 중앙일보 근무 시절 경제전문 대기자로 같이 일하던 선배였다. 술을 좋아하던 그는 한 술자리에서 “신혼 초 장인이 부른 처남과 동서 내외까지 동석한 저녁 자리가 있었는데 자신만 술을 먹지 못한 게 매우 ‘쪽 팔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날 뒤로 매일 하루에 포도주 반 잔씩 3개월을 먹었더니 주량이 소주 1병이 됐다는 얘기다.

해물 돌솥밥에 콩나물해장국으로 저녁을 차렸다. 홍초를 타고 탄산수로 희석한 보드카를 곁들이니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 [사진 민국홍]

해물 돌솥밥에 콩나물해장국으로 저녁을 차렸다. 홍초를 타고 탄산수로 희석한 보드카를 곁들이니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 [사진 민국홍]

나는 아내에게 정식으로 앞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서로 얘기를 많이 하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니 그 수단으로 술을 먹고 살자고 정식으로 제의하고 방법도 제시했다. 아내는 과일 소주와 물을 탄 소주 등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소주 1병의 주량이 되었다. 요즘은 소폭을 비롯해 막걸리, 와인, 보드카 칵테일 등 모든 술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내나 나는 맛있는 음식을 놓고서는 무엇보다 술을 빼놓고 저녁을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지난 주말에도 생고등어를 저며 그사이마다 명란을 집어넣고 구운 명란 고등어구이를 만들어놓고 레몬 탄산수에 보드카를 희석해 저녁을 먹었다.

술을 곁들이다 보면 이야기도 많아지고 수다도 떨게 된다. 참으로 행복한 저녁이다. 요즘 아내가 하는 말이 있다. “술 먹고 살아가는 재미가 없으면 인생 뭐 있겠어?” 아무튼 술이 최고의 음식이다.

콩나물 해장국과 황태 해장국 만드는 법

[재료]
■ 콩나물 해장국: 콩나물, 황태, 다시마, 묵은지나 신김치, 오징어, 대파, 청양고추, 다진 마늘, 새우젓
■ 황태 해장국: 황태 채, 무, 달걀, 다시마, 고춧가루, 두부, 대파, 청양고추, 다진마늘, 표고버섯

[방법]

■ 콩나물 해장국
1. 콩나물은 뿌리가 길고 통통한 것으로 200g 준비한다.
2. 황태와 다시마로 육수를 낸다.
3. 준비한 육수에 콩나물과 물에 씻은 묵은지(또는 신김치)를 넣고 끓이다 잘게 썬 생물 오징어 1마리를 넣어준다.
4. 대파, 청양고추, 다진 마늘을 추가하고 새우젓 1 큰 술로 간을 맞춘다.

■ 황태 해장국

1. 프라이팬에 들기름 1큰 술을 두르고 황태 채(200g) 와 무(100g)를 볶는다.
2. 황태 채는 달걀 물(2개)에 적시어둔다.
3. 볶은 무, 콩나물 1백g, 다시마, 고춧가루 1큰 술을 넣고 끓이다가 두부 300g과 달걀 물에 적신 황태 채를 넣어 다시 한소끔 끓인다.
4. 청양고추 2개, 다진 마늘(4개), 대파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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