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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진 변호 안 했다더니…이남석, 변호사 선임계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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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해 11월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검사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하는 모습. 오른쪽은 지난 8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듣고 있는 모습. 임현동 기자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해 11월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검사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하는 모습. 오른쪽은 지난 8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듣고 있는 모습. 임현동 기자

이남석(52) 법무법인경림 대표변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 개입 의혹에 대해 9일 “당시 윤대진 현 검찰국장 부탁으로 그의 형인 윤 전 서장을 만났다”며 “윤 서장이 ‘자살하겠다’는 말을 반복해 얘기를 들어줬을 뿐 윤석열 후보자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전날 윤 후보자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윤 후보자가 이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했었다. 이 변호사는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했다.

이남석 "경찰서엔 동행 안했다 #세무서가 송달서류 내라해서 제출" #윤석열 후보자 개입 의혹은 부인 #"윤우진 매일 자살 얘기해 상담해줬다"

이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가 그 해(2012년) 봄, 여름부터 시작이 됐고 저는 6~7월 경 윤대진 과장에게 말을 들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윤 후보자와 윤 국장, 이 변호사는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함께 일하며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했다. 당시 끈끈했던 동료애를 바탕으로 윤 국장이 가족사를 부탁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윤대진 과장님(중수부 수사팀 당시 호칭) 입장에서는 제가 아무래도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으니까 혹시 형님 사건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얘기를 한 번 들어보고 필요한 게 있으면 도와주라는 말로 이해했다”면서 “그 때 말을 들으러 갔더니 윤우진 서장이 자꾸 자살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했다. 이어 “매일 가서 (윤 전 서장의) 얘기와 하소연을 들어주고 희망을 잃지 않게 상담해주는 게 내 임무였다”며 윤 국장을 대신해 심리적 위안을 주는 ‘말벗’ 역할을 했다고 했다.

정식 사건 수임을 의뢰받은 건 아니란 것이다. 이 변호사는 당시 윤 전 서장의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며 “되게 우울해 했고 대인기피와 불면증이 심했다. 자려고 누우면 누가 잡으러 오는 꿈을 계속 꾼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 전 서장은 육류 수입업자 등에게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출국해 이듬해인 2013년 4월까지 해외 도피했다. 현직 공무원으로선 대단히 이례적인 행태였다.

이 변호사는 “당시 경찰 단계에서는 다른 변호사가 있었고 나는 경찰서에 실제 동행하거나 형사사건에 개입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서장이 2015년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파면처분취소 소송 판결문엔 이 변호사가 2012년 9월 12일 국세청에 ‘윤우진의 광역수사대 내사사건에 관해 이남석을 변호인으로 선임한다’는 내용의 선임계를 제출했다고 돼 있다. 국세청이 2012년 9월 11일, 9월 18일, 10월 8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윤 전 서장을 수신자로 하는 복무규정 준수 안내문을 대리인인 이 변호사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윤 서장이 해외로 나가 어차피 변론할 거리가 없었다”면서 “세무서에서 송달 서류를 전달해달라고 해 (절차상) 선임계를 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대진 국장은 이날 아침 “이남석 변호사 소개에 윤석열 후보자는 관여한 바가 없다”면서 “윤 후보자가 나를 드러내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본인이 소개했다고) 인터뷰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친형의 수사, 해외도피, 우울증, 모친상 등 아픈 가족사를 들춰내지 않기 위해 윤 후보자가 막역한 사이인 윤 국장을 일부러 감싸줬다는 논리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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