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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천사의 '인생 변천사'…쇼트트랙→올림픽 담당관 →컬링 심판

중앙일보

입력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서 컬링 심판으로 변신한 변천사. 강릉=박린 기자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서 컬링 심판으로 변신한 변천사. 강릉=박린 기자

쇼트트랙 선수→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종목 담당관 →컬링 심판

2006년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지난해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종목담당관 #현재 컬링선수권 보조심판 타임키퍼 변신 #"한 번 사는 인생, 새로운 경험 하고파"

변천사(32)의 ‘인생 변천사’다.

변천사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강릉컬링센터에서 치러지는 2019-20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보조심판 ‘타임키퍼’로 변신했다. 지난 6일 만난 변천사는 흰색 패딩을 입고 컬링장 심판석에 앉아 있었다. 변천사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잘하는 것만 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것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변천사와 진선유가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중앙포토]

2006년 토리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변천사와 진선유가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중앙포토]

변천사는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다. 결승전에서 2차례나 선두를 탈환하며 한국의 올림픽 4연패를 이끌었다.

2011년 쇼트트랙을 그만 둔 변천사는 2013년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 합류해 쇼트트랙 종목담당관을 맡았다.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 기간 쇼트트랙 경기가 차질없이 열릴 수 있도록 총괄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변천사는 이번에는 컬링 타임키퍼로 변신했다. 변천사는 “올림픽이 끝난 뒤 지난해 6월까지 각종목 담당관들이 모여 경기장 물자를 정리했다. 다른경기장들은 시설이 철거됐는데, 컬링장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스톤도 남아있어 컬링을 처음 해봤다”면서 “우연히 컬링대회가 열리는걸 알게됐다. 정식 심판이 아닌 보조심판급 타임키퍼를 뽑는데, 꼭 컬링선수 출신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고 해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다소 생소한 타임키퍼에 대해 변천사는 “4인조 경기에서 38분간의 ‘싱킹 타임(thinking time)’이 있다. 선수들이 상의하다가 스톤을 던지면 계측을 멈춘다. 곧바로 상대팀 시간을 카운트다운해야해서 멍 때리면 안된다”면서 “폐를 끼치면 안되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쇼트트랙 선수 시절 순간순간 집중했던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변천사와 고기현(왼쪽)은 평창올림픽 담당관으로 일했다다. 강릉=오종택 기자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변천사와 고기현(왼쪽)은 평창올림픽 담당관으로 일했다다. 강릉=오종택 기자

변천사는 컬링 매력에 대해 “처음에는 쉬워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어렵더라”면서도 “스케이트는 배우는데 오래 걸리는데, 컬링은 초보라도 바로 해볼 수 는 있다. 또 쇼트트랙은 룰을 어기면 무조건 실격인데, 컬링은 다시 기회를 주기도 한다. 서로 배려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변천사는 최근 쇼트트랙에서 좋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터진 것에 대해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당사자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당연히 안타깝고 마음 아프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변천사가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는 뭘까. 변천사는 “도전은 거창하고 새로운 경험이다. 쇼트트랙만 워낙 오래했고, 다른걸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변천사는 “쇼트트랙 선수 시절에는 ‘내가 일등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올림픽 조직위에서 ‘모두가 잘돼야 성공한다’는걸 배웠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분야를 막론하고 해보고 싶었다. 복지관에서 봉사활동도 해봤다”고 말했다.

변천사는 “각 종목 선수들이 은퇴 후 코치를 많이 한다. 난 잠깐 어린선수들을 가르쳐본 적이 있지만 쉽지 않더라. 후배들에게 여러가지 길이 있다는걸 알려준건 좋은 것 같다”면서 “난 아직 컬링 정식심판이 아니어서 컬링강습회에 참가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나중에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같은 행정가도 생각하고 있다. 변천사는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그 분과 너무 레벨 차이가 많이 난다”면서도 “앞으로 우리나라에 어떤 국제스포츠 이벤트가 있을지 모르니깐, 기회가 된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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