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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번째 호명됐는데 서열9위 좌석···'최고위 프리랜서' 김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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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북한 내 '격식·의전 파괴'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50여일간 모습을 감추더니, 지난달부터는 공개석상에서 반복적으로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북한이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를 맞아 중앙추모대회를 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붉은 원)이 주석단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오른편 4번째 자리에 앉아있다.[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를 맞아 중앙추모대회를 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붉은 원)이 주석단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오른편 4번째 자리에 앉아있다.[사진 연합뉴스]

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8일) 진행된 김일성 주석의 사망 25주기 행사를 대대적으로 실었다. 김 위원장과 당ㆍ정ㆍ군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중앙추모대회 소식이다. 신문은 이날 중앙보고대회 참석자 명단 28명(김 위원장 포함)을 호명했는데, 김여정은 22번째로 불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권력 서열순서로 호명해 왔다”며 “이를 고려하면 김여정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급으로, 참석자 가운데 22번째 서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김여정이 앉은 자리는 호명 순서와는 무관하게 주석단에서 권력 서열 9위에 해당하는 좌석이었다. 다른 참석자들은 모두 호명 순서로 자리를 잡았지만 김여정만 예외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9일 전날 진행한 김일성 주석 25주기 중앙추모대회 소식을 전하면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22분째로 호명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신문은 9일 전날 진행한 김일성 주석 25주기 중앙추모대회 소식을 전하면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22분째로 호명했다. [노동신문 캡처]

지난달 3일 김 위원장은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인민의 나라’를 관람했는데, 김여정은 당시 김 위원장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공연을 봤다. 이 자리는 지난해의 경우 북한 권력서열 넘버2인 최용해 당 부위원장이 앉았던 좌석이다. 당시 “김여정이 한동안 모습을 감추자 국내외 언론이 신변이상설을 제기했고,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일종의 이미지 메이킹”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김여정의 공식 석상에 등장할지 말지는 바깥에선 설명이 쉽지 않다. 김여정은 지난 4월 김 위원장이 신임 정치국원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노동당사를 방문해 정치국원들과 기념촬영을 할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치국원 중 유일했다. 그래서 자숙하고 있다는 추측까지 등장했다.
외부에선 예측 불가능한 김여정의 등장과 자리 배치 때문에 김여정은 결국 "직책과 무관한 실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여정은 사실상 북한에서 넘버2”라며 “김여정은 직위나 직책과 상관없이 ‘최고위 프리랜서’처럼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8일 참배 때도 참배하는 장면에선 모습을 안 보이다중앙보고대회에서 고위급 자리에 앉은 것 역시 김여정을 제외하곤 누구도 할 수 없는 ‘행동’이란 것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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