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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19조 실탄 잃나···대기업 실적 부진에 나라 곳간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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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이미지. [중앙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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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부진한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세수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경기 부진 국면을 돌파하려고 '나랏돈(재정) 풀기'에 나서고 있지만, 풀 수 있는 나랏돈 자체가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질 공산이 커진 것이다.

국세 4% 담당한 삼성전자, 영업익 '반 토막'으로 법인세 줄듯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6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56.3% 감소). 반도체 판매가 크게 부진했던 탓이다. LG전자 역시 15.4% 줄어든 6522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철강·정유 등 다른 업종 대기업들도 시장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경기 부진으로 대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세금 수입도 줄어든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이후의 반도체 호황 덕분에 지난해 한 해만 11조5800억원의 법인세를 국내 세무당국에 냈다. 이는 올 하반기 계획된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보다 4조8800억원 많은 규모다. 지난해 걷은 전체 국세(293조6000억원)로 따지면 3.9%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이 법인세 비용으로 지출한 돈은 18조9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의 일자리 예산(19조2000억원)과 맞먹는다. 법인세 납부 비중이 큰 대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곧바로 세수 감소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올해 번 돈에 대한 법인세를 올해 8월과 내년 3월로 나눠 내기 때문에 상반기 실적 부진 여파는 올해는 물론 내년도 세수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세수 진도 낮은 데다 감세 조치…확장 재정 '실탄' 부담

올해 들어서도 세수는 예상보다 걷히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국세수입(139조5000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2000억원 줄었다. 세수 진도율(예산 대비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은 47.3%로 지난해 같은 기간 진도율(예산 기준)보다 5.1%포인트 줄었다. 세수 중에서도 법인세 진도율(50.5%)은 마이너스 9.7%포인트로 소득세·부가가치세 등 다른 항목보다 가장 많이 떨어졌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는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감세' 조치도 예고했다. 기업이 생산성 향상 시설에 투자한 돈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1년간 높이는 방식 등이다. 국세청도 경제 상황의 어려움을 고려해 세무조사 부담을 줄일 방침을 밝혔다. 세금 부담을 줄여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포퓰리즘적 '현금지원' 등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이지 않고 세수만 줄이면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가 활용하는 재정은 크게 세금과 나랏빚(국채 발행) 두 가지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다. 나라 곳간에 들어온 돈(총수입)에서 쓴 돈(총지출)을 뺀 1~5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만 보더라도 19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월(1~4월 누계 25조9000억원)에 이어 대규모 적자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규제 완화로 경기 부양해야 세수 늘 것"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실적 악화가 경기부양 예산 마련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은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사라졌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대기업을 배척하기보다는 규제 완화로 전체 기업의 사업 기회를 넓히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경제 정책을 통해 경제 활력이 높아지면 앞으로도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영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추진하는 감세 정책은 한시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세수 감소 규모가 크진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 경기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경제 활력을 높여 세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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