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토마토·피망·마늘…비건도 먹는 보양식 가스파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하라·심채윤의 비건라이프(5)

해가 길어지는 계절의 저녁 무렵, 젊은이들이 마드리드 도심의 공원에 모인다. 여럿이서 빵과 와인, 가스파초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심채윤]

해가 길어지는 계절의 저녁 무렵, 젊은이들이 마드리드 도심의 공원에 모인다. 여럿이서 빵과 와인, 가스파초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심채윤]

해가 지지 않는 축제의 나라로 불리는 스페인. 태양이 뜨거운 이 땅에서 여름에 즐겨 먹는 음식이 있다. 스페인의 전통 수프 가스파초(Gazpacho)다. 토마토와 오이, 마늘, 올리브오일, 양파와 피망, 식초를 넣고 갈아서 차갑게 먹는 수프다. 식당마다 가스파초가 있고 식료품 가게에서도 음료수처럼 포장 제품을 살 수 있다.

뜨거운 무더위를 이기는 스페인식 오랜 보양식이다. 식당마다 개성 있는 가스파초를 만날 수 있는데, 직원이 테이블로 재료를 가져와서 먹고 싶은 채소를 고르면 직접 수프 위에 얹어주는 가스파초가 인상적이었다. 공원을 거닐다가 마트에서 산 가스파초 한 병과 빵 한 조각을 곁들여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라는 유럽 속담이 있다. 토마토가 의사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토마토는 무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시키는 영양소가 밀도 높게 들어 있다. 태양이 뜨거운 계절에 토마토를 수확해서 먹는 자연의 이치가 경이롭다.

철에 맞는 채소와 과일은 그 계절에 우리 몸이 필요한 최적의 영양을 제공한다. 가스파초에 사용되는 토마토, 오이, 피망 등은 모두 여름철 채소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해가 지지 않는 스페인 사람들이 가스파초를 즐겨 먹는 이유가 결코 맛 때문이 아닌 이유다.

스페인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토마토와 가스파초를 즐긴다. 빵에 토마토를 발라 먹기도 하고, 갈아서 수프나 주스처럼 먹기도 한다. [사진 심채윤]

스페인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토마토와 가스파초를 즐긴다. 빵에 토마토를 발라 먹기도 하고, 갈아서 수프나 주스처럼 먹기도 한다. [사진 심채윤]

나라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다양한 보양식 문화가 있다. 기후나 환경적인 요인으로 자리 잡았을 특정 식문화는 시대나 환경이 바뀌어도 자연스럽게 관습처럼 전해지기도 한다. 스페인에서는 토마토 요리가 보양식으로 전해지는가 하면 프랑스에서는 ‘푸아그라’로 불리는 거위 간과 ‘캐비아’라 불리는 철갑상어 알을 고급스럽고 건강한 음식으로 여긴다.

일본에서는 고래고기를, 중국에서는 상어 지느러미를 수프로 먹는다. 암스테르담과 북유럽 지역은 생강과 허브차를 보양 음식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복날 음식이 있다. 닭과 개를 먹는 문화는 우리 민족의 과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고 아직 전해지는 관습이다.

보양식이라는 의미를 생각해볼 때, 우리 몸에 작용하는 득과 실을 따져본다면 당연하다고 여겼던 음식문화의 많은 부분이 실제로는 전혀 보양 음식이 아니다. 거위 간은 거위를 살찌워 거대한 간을 만들기 위해 거위 목에 깔때기로 강제 급여를 매일 수차례 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위들은 극심한 고통을 당한다.

흔히 보양식으로 즐기던 음식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고급스럽고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캐비아는 정말 몸에 좋을까? 이 알들에 각종 오염물질이 농축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앙포토]

흔히 보양식으로 즐기던 음식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고급스럽고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캐비아는 정말 몸에 좋을까? 이 알들에 각종 오염물질이 농축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앙포토]

극심하게 고통받고 잔인하게 죽음을 맞는 동물의 사체가 우리 몸에 건강할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생태계의 모든 동물은 체내의 독성물질을 알과 배설물, 분만과 젖을 통해 배출한다. 오염물질이 농축된 철갑상어 알과 생물농축단계가 높은 고래고기는 건강 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 반면 스페인에서 즐겨 먹는 토마토나 북유럽에서 즐겨 먹는 생강은 증명된 건강식품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먹을 것이 귀한 시절, 무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하고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집에서 기르던 닭과 개를 먹었다. 이 문화가 오늘날 복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기후적 요인으로 시작한 보양 음식은 그 기후대에서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보양 음식일 것이다. 반면 환경적 요인으로 시작된 보양 음식은 환경이 바뀌면 더는보양 음식의 의미보다 관습으로 남게 된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농경에 도움을 주는 소나 돼지보다 개나 닭으로 궁핍한 끼니를 보충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더는 굶주리거나 영양에 걱정 없는 풍요로운 세상에 산다. 어쩌다 일 년에 한두 번 고기를 먹는 날이 여름 한 철이거나 명절, 잔칫날이던 조상과 달리 우리는 매 끼니 고기와 유제품을 먹는다. 몸보신으로 먹는 닭과 개가 실제 영양상으로 훌륭한 작용을 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는 오랫동안 전해진 관습에 의한 선택일 뿐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식용 개 농장과 밀집 사육은 어떤가. 식용으로 사육되는 개들은 가정에서 수거한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다. 개들은 악취가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본능적으로 먹지 않는다. 하지만 물을 주지 않으면 결국 먹게 되는 점을 악용한다.

밀집 사육 환경에서 태어나 40일 후 도축되는 닭들은 항생제와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는다. 선조에게는 보양식이던 음식이 현재의 우리에게는 그 반대가 되었다. 어떤 나라가 특정 동물을 먹는다는 것을 혐오할 것이 아니라, 문화와 관습에 따른 식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우리는 개고기를 먹고 그들은 거위 간을 먹으면서 서로를 혐오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스톡홀름 사진 뮤지엄에서 만난 사진작가 웬만(Magnus Wennman)의 'What the children eat' 사진전.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채 길에서 잠을 자는 아이와 들쥐를 구워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사진 심채윤]

스톡홀름 사진 뮤지엄에서 만난 사진작가 웬만(Magnus Wennman)의 'What the children eat' 사진전.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채 길에서 잠을 자는 아이와 들쥐를 구워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사진 심채윤]

스톡홀름의 한 전시에서 뼈가 드러난 아이들의 사진과 들쥐를 구워 먹는 영상을 보았다. 아이들은 일주일간 들쥐를 전혀 잡지 못할 때가 대부분인데 들쥐가 잡히는 날은 한 마리라도 나누어 먹는 기쁨이 크다고 한다. 먹을 것이 극도로 귀한 환경에서는 이처럼 우리가 혐오하는 쥐도 훌륭한 식사가 된다.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역사상 없던 집약 축산으로 동물들을 넘치게 먹고 버린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절반 이상을 육류 생산을 위해 기르는 소, 돼지, 닭이 먹는다. 굶주리는 인류가 매일 죽는 곳이 있는가 하면, 소와 돼지를 살찌우기 위해 콩과 옥수수가 넘치는 곳이 있다. 우리가 매일 선택하는 식사는 환경과 기후변화, 멸종 위기 동물과 기아 문제 등 인류 생존 문제와 연결된다. 이번 여름에는 스페인과 북유럽 사람들처럼 계절에 필요한 진짜 보양식으로 건강도 지키고 급격한 기후변화에 효과적인 실천을 더 해보자.

작가의 레시피
여름 과일 가스파초

토마토와 여름 제철 과일을 활용한 가스파초. [사진 심채윤]

토마토와 여름 제철 과일을 활용한 가스파초. [사진 심채윤]

재료
토마토, 빨간 피망, 오이, 마늘, 생바질, 각종 여름 과일·채소(복숭아, 자두, 참외, 셀러리, 라임, 비트, 양파, 수박 등), 물, 식초,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발사믹 식초, 이탈리안 파슬리

1. 토마토, 빨간 피망, 오이, 마늘을 갈아 준다. 시원한 물과 식초를 조금씩 넣어가며 점도를 맞춘다.
2. 간은 소금, 후추로 하고 생바질이나 이탈리안 파슬리 등의 허브와 올리브오일을 함께 갈거나 곁들여도 좋다.
3. 복숭아나 자두, 참외 등 여름 과일을 잘게 썰어 컵이나 접시에 담고 차갑게 식힌 가스파초를 함께 낸다.
4. 셀러리, 라임, 비트, 양파, 발사믹 식초, 수박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할 수 있다.

강하라 작가·심채윤 PD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